[한스경제 김서연] 하반기 첫 영업일부터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리딩뱅크의 수성과 탈환을 두고 불꽃튀는 경쟁을 예고했다.

위 행장과 윤 회장은 각각 3일 발표한 정기조회사에서 지난 상반기 영업과 경영환경을 돌아보고 리딩뱅크 타이틀을 달기 위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 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위 행장은 이날 7월 조회사를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하반기를 맞아 다함께 각오를 다져 리딩뱅크를 기필코 수성하겠다”며 “나아가 한국 금융의 방향이자 기준이 되는 초 격차 리딩뱅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딩뱅크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은 격화되고 인터넷 전업은행, 핀테크의 도전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핵심계열사인 은행의 경우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신한은행을 넘은 바 있고 최근 KB금융지주가 신한지주를 제치고 7년 만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수복한 데에 따른 긴장감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3일 기준 KB금융지주의 종가는 5만7,800원, 시가 총액은 24조1,668억원, 신한지주의 종가와 시가 총액은 각각 4만9,550원, 23조4,966억원이다. 두 금융사의 시총 차이는 6,700억원 정도다.

리딩뱅크의 수성에 앞서, 위 행장은 “이날 조회를 ‘글로벌 조회’로 꾸며봤다”며 국내 금융의 성공적인 진출 사례로 꼽히는 신한베트남은행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대다수 한국 은행들이 현지 교민이나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동안, 신한은 진정한 현지 은행으로 자리 잡기 위해 베트남 고객 유치에 과감히 도전했다”며 “그 결과 25년 전 작은 지점 하나에서 출발한 신한베트남은행은 HSBC 등 쟁쟁한 글로벌 은행을 제치고 당당히 외국계 1위 은행이 됐다”고 자평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1993년 베트남에 진출했으며 2009년 법인으로 전환한 뒤 현재 18개 점포를 둔 최대 외국계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4월에는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사진=국민은행

같은 날 윤 회장은 리딩뱅크의 ‘탈환’을 사실상 선언했다. ‘명예회복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1등으로 돌아간다’ ‘리딩뱅크의 초석을 단단히 다져야한다’는 등의 말로 리딩뱅크 탈환을 시사했다.

그는 7월 정기조회사에서 “이번 상반기에 ‘KB의 명예회복’이라는 뜻 깊은 전환점을 만들어냈다”며 “고토(古土) 회복을 위한 중장거리 레이스가 이제는 반환점을 돌았다”고 평가했다.

KB손해보험과 KB 증권이 KB금융지주의 계열사가 된 지 각각 2년, 1년이 지난 점을 거론하며 그룹 내 시너지 확대도 언급했다.

윤 회장은 “이달 말이면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한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100% 자회사화 절차가 마무리된다”며 “KB의 수익 창출력을 강화하고 차별적인 경쟁력을 더 키워 나가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비은행 핵심계열사를 완전 자회사화하며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KB금융이 과감한 인수합병 전략으로 신한금융을 추격할 발판을 만들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리딩뱅크 KB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스로 더 단련하고 더 도전하자”고 말하며 국민은행이 리딩뱅크를 탈환하더라도 ‘첫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 ‘미래의 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제로 ▲기업금융과 외환업무 집중화 ▲1인 경제(일코노미) 등 신시장 개척 ▲그룹 시너지효과 확대 및 글로벌 진출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과제들을 수행할 방법 중에서도 ‘리테일 금융 강자’답게 윤 회장이 예시로 든 부분은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이었다.

윤 회장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7월 26일부터 가입대상이 크게 확대되는 ‘개인형 IRP’ 퇴직연금은 연금수령 은행이 대부분 주거래 은행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IRP 시장에서의 고객 확보 경쟁을 예고했다.

지난 4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면서 오는 26일부터 자영업자와 공무원 등도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가입자 대상이 자영업자, 근속기간 1년 미만 또는 단시간 근로자, 퇴직일시금을 받는 재직 근로자, 공무원, 군인 등으로도 확대된다.

이에 따라 약 730만명이 연간 최대 700만원의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주요 은행들은 확대된 IRP 시장을 선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회장은 디지털 금융 환경의 변화에 맞게 조직 개편을 단행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하반기부터는 본부 조직을 더욱 기민하고 실행력 있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논의를 시작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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