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체육회의 창립 97주년 현장/사진=김정희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대한체육회의 전신인 조선체육회는 일제 강점기 시절이던 1920년 7월 13일 체육을 통해 겨레의 심신을 강하게 하여 조국 회복의 민족적 정신을 일깨우자는 깊은 뜻을 안고 창립했다. 그 동안 숱한 역사를 써 내려간 한국 스포츠의 구심점인 체육회가 탄생한지 어느덧 97년이 흘렀다.

대한체육회는 5일 오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 파크텔 올림피아 홀에서 체육회 임직원 및 종목단체 임직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97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행사는 진지하고 엄숙하게 진행됐지만 식전 현장 분위기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와 도약을 기대하는 체육인들의 설렘이 묻어나기도 했다.

이기흥(62) 대한체육회 회장은 “체육을 통한 민족정기를 살리자는 취지로 창립한 체육회는 국민과 울고 웃으며 성장했다”며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성취를 이뤄왔다. 국력이 미미했던 시절에도 스포츠를 통해 대한민국 브랜드와 국격 상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체육회는 1938년 7월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을 당했고 광복 후인 1945년 11월 부활했다. 1947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했고 이후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태릉선수촌을 건립하며 10대 스포츠 강국의 바탕을 이뤘다.

현재에 이르러 4대 국제 메이저 스포츠 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고 지난해에는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통합하는 제1기 집행부가 출범해 국민과 함께 하는 한국 체육의 새로운 100년을 향한 준비를 마쳤다.

이 회장은 “그 동안 굵직한 국제 스포츠 대회를 모두 개최하며 월드컵 4강과 올림픽 10위권 진입 등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국민들은 스포츠를 통해 기쁨과 감동을 받았고 다시 뛰고자 하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면서 “2020년이 되면 창립 100주년이다. 이는 체육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소중히 지켜야 할 전통이자 역사이다. 스포츠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기념식에 참석한 노태강(57)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제2차관은 “체육회는 작년 단체 통합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통합으로 저변을 확대되고 전문ㆍ생활체육이 선순환하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면서도 “지난 시절 국정농단 중심에 체육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 차관은 “잘못을 과감하게 떨쳐내고 본연의 역할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정부는 체육 단체가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자율성을 가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으로 자리를 빛낸 이동섭(61) 국민의당 국회의원 역시 “전문 체육인이 회장을 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인들이 체육단체에 간섭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배드민턴 선수 출신의 하태권(41ㆍ요넥스) 감독과 양궁 금메달리스트 윤미진(34ㆍ현대백화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는 정몽규(55) 대한축구협회 회장 겸 체육회 부회장, 교문위 소속 장정숙(65) 국민의당 국회의원, 전 체육회 회장을 지낸 김운용(86)ㆍ박용성(77)ㆍ김정행(74) 명예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체육 선구자들의 업적을 기리고 체육인의 단결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행사에서 체육유공자 16명에게 공로패 수여, 모범직원 10명에게 표창장 및 정년퇴직자 2명에게 재직 기념패와 격려품을 수여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97번째 창립 기념식은 이 회장이 당선되고 사실상의 첫 번째 행사”라며 “단출하게 치렀던 지난해에 비해 많은 인사들이 모여 발전을 기원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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