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든 박성현.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17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제72회 US여자오픈(총상금 500만 달러)에서는 선수들 못지 않게 도널드 트럼프(71) 미국 대통령이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번 대회가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62야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대회 2라운드가 열린 지난 15일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워싱턴의 백악관이 아닌 이 골프장으로 직행했다. 이후 최종 4라운드까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대선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사흘 내내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위대함’을 빛낸 것은 한국 여자골프였다. 미국 선수로는 마리나 알렉스가 공동 11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인 반면, 한국인 선수는 ‘톱10’ 가운데 무려 8명이 포진했다. 맨 앞에는 LPGA ‘슈퍼 루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있었다.

박성현은 이날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아마추어 최혜진(18•학산여고)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LPGA 14번째 대회 출전 만에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장식하며 한국인으로는 역대 9번째(8명•박인비 2회) US여자오픈 챔피언을 차지했다.

선두에 3타 뒤진 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성현은 14번 홀(파3)까지 최혜진, 펑샨샨(28•중국)과 함께 공동 선두를 달렸다. 그가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관람석이 있는 15번홀(파5) 그린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TV 화면이 아닌 육안으로도 직접 플레이를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박성현은 약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막판 위기도 있었다. 2타 차 리드로 마지막 18번 홀(파5)에 들어간 박성현은 세 번째 샷이 그린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러나 침착한 어프로치샷으로 공을 홀 바로 옆으로 보낸 뒤 파에 성공해 우승을 확정했다.

박성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8번 홀) 네 번째 샷을 남기고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긴장을 많이 했는데 (캐디) 데이비드 존스가 '항상 연습하던 거니까 믿고 편하게 하라'고 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며 "연습하던 대로 샷이 나와 나도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초부터 박성현과 호흡을 맞춘 존스는 최나연과 전인지 등의 캐디를 맡은 경력이 있다.

▲ 17잃(한국시간) US여자오픈을 관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박성현이 경기를 마치고 코스를 이동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또 자신의 트위터에 "박성현의 2017년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추어 선수로는 50년 만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노렸던 최혜진에 대해서도 경기 도중 트위터를 통해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 십 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척 흥미롭다"고 적기도 했다.

LPGA 대회 중 최고인 우승 상금 90만 달러(약 10억2,000만원)를 받은 박성현은 시즌 상금 145만636달러(16억4,000만원)로 13위에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상금 1위는 170만2,905달러의 유소연(27)이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상금이 없는 최혜진을 제외하고 ‘톱10’에 포함된 한국 선수 7명이 이번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 합계는 총 242만7,929달러(27억7,000만원)에 달한다. 신인왕 포인트도 300점 추가한 박성현은 총 997점으로 1위를 지키며 2위 에인절 인(미국·359점)과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박성현은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실감이 전혀 안 난다. 뭔가 구름 위를 떠가는 기분이랄까, 이상하다"며 "지난해 대회(3위)보다 나아진 점은 경기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경험 덕분에 오늘의 우승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을 확정한 직후 어머니(이금자씨)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린 그는 “어머니가 내가 우승할 때 앞에 나서거나 하지 않는 분인데, 다가와서 '잘 했다' 하시니 그 때 우승 실감이 좀 났다"며 "함께 다니며 고생하시고 그런 모습이 겹쳐 끌어안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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