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저축은행권이 여신과 수신 등 전통적인 수익원에서 벗어나 환전과 인터넷은행, 스포츠마케팅 등 다양한 활로 찾기에 팔을 걷고 있다.

신 정부의 2금융권 압박으로 저축은행 업권이 레드오션에 접어들면서 영역 확장으로 부활을 노리는 한편 광고규제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자 틈새 홍보효과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20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환전 업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웰컴저축은행이 업계 최초로 환전 업무를 시작한 데에 이어 OK저축은행이 환전 업무를 고려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일부 영업점에서 운영하던 환전 서비스를 지난 17일 전 영업점으로 확대했다. 웰컴저축은행 측은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금융연수원 외국환거래업무를 마치고 환전 업무에 필요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등 박차를 가했다”고 전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환전업무 진출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여신과 수신 등의 주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부가서비스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며 “시중은행이나 환전상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현장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광고 규제 탓에 홍보길이 막힌 저축은행들이 스포츠마케팅으로 고개를 틀었다.

SBI저축은행은 간판 대출상품인 ‘바빌론’의 이름을 딴 ‘바빌론MVP’를 선정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KBO)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 좋은 기량을 선보인 선수를 가름해 SBS스포츠에서 발표한다. J트러스트그룹과 HK저축은행은 넥센 히어로즈와 2017년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고객들을 초청하는 등의 이벤트를 열었다. 웰컴저축은행도 ‘웰컴저축은행 톱랭킹’을 통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팀 기여도를 랭킹으로 소개하는 중이다.

이밖에 일부 저축은행들이 3기 인터넷은행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이 저축은행보다 완화된 제재를 받는 데다, 저축은행의 약점으로 꼽히는 비대면 채널이 우량하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웰컴저축은행이 1기 컨소시엄에 참가했다가 고배를 맛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활로 확장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저축은행이 환전 업무에 앞다퉈 뛰어들어 과열시장이 되면 외려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환전 시장이 금융권의 업무 중 하나에 불과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웰컴저축은행이 미국 달러는 90%, 엔화는 80%, 유로화는 60%, 위안화는 40%까지 환전 수수료를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환전 업무를 담당하는 건 현재 은행과 환전상뿐이고, 수요는 꾸준한 편이라 과열시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에 대한 압박이 날로 심해지는 데다 저금리 시대가 끝날 조짐이 보이면서 이전의 예대마진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며 “새로 진출하는 사업이 실패하거나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활로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허인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