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강한 유통망과 자본력을 가진 현대백화점그룹이 렌탈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시장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지만, 이미 자리를 확고히 잡은 기존 업체들은 시장 안착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며 성공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목동점. 한국스포츠경제DB

현대백화점그룹이 렌탈 시장에 뛰어들었다. 5년 안에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유통공룡’의 진출에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그러나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돈’ 되는 렌탈 시장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홈쇼핑이 600억원을 출자해 지분 100%를 갖는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하고 정수기를 시작으로 향후 공기청정기, 비데, 주방용품, 매트리스, 에어컨 케어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렌탈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돈’이 보여서다.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렌탈산업의 규모는 2001년 1조원에서 2014년 10조5,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이 시장이 2016년에 16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합리적 소비문화가 정착되며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침대매트리스, 안마의자, 운동기구, 명품백, 장난감 등 요즘은 빌려 쓰지 못할 것이 없을 정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매출 부진의 위기감을 렌탈 사업으로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CEO스코어의 2009~2014년 연평균 매출성장률 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백화점을 포함한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평균 매출 성장률이 6%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해외직접구매와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세도 신경 쓰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45조2,440억원)과 온라인 해외직접구매액(1조6,600억원)은 백화점ㆍ대형마트 거래액(46조6,364억원)을 뛰어 넘었다.

● 사후서비스 인프라 구축 없이 힘들어

시장의 술렁임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단기적으로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렌탈 기반을 이미 구축한 코웨이ㆍ청호ㆍ동양매직ㆍ교원ㆍ쿠쿠전자 등은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며 관망세다. 렌탈 사업은 유통망만 가지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 점검과 수리 등을 위한 확실하고 신속한 사후서비스(A/S) 시스템이 필요한데, 전국에 걸쳐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간이 적어도 3~5년은 걸린다는 이야기다. 제조업과 판매업이 결합된 렌탈 사업을 유통네트워크만으로 개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자리잡은 업체들도 수년에 걸친 어려움 끝에 전국적인 서비스망과 주력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확보했다. 소규모 업체는 강력한 유통망과 자금력 앞에 흔들릴 수 있지만 이미 주력 품목에서 확고한 점유율을 확보한 업체들을 뛰어넘는 일이 그리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 LG전자도 파괴력 미미…롯데와 시작이 달라

시장 안착 후에도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대백화점그룹보다 앞서 렌탈 시장에 뛰어든 LG의 사례가 썩 성공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09년 4월 국내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업계는 대기업 진출을 두고 술렁였지만 현재 LG전자의 정수기 렌탈 사업은 다른 가전 시장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안마의자 렌탈의 경우에도 시장점유율 1위인 바디프렌드(51.4%)에 큰 격차로 벌어지며 LG전자는 2위(9.3%)에 머물러 있다.

KT렌탈을 인수하며 렌탈 시장에 깃발을 꽂은 롯데그룹과 차이가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월 호텔롯데를 통해 KT렌탈을 1조200억원에 인수했다. KT렌탈은 국내 렌터카 업계 1위인 KT금호렌터카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시작부터 다르다.

서비스 인프라가 갖춰진 후에도 수익을 내기까지 현대백화점이 버틸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렌탈은 제품을 구매해서 소비자들에게 빌려주는 서비스여서 수익을 내기까지 2년 가량이 걸리는데 이 기간을 버틸 인내심과 체력을 갖고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렌탈 시장 진출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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