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특검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의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지만 특별검사팀을 믿을 수 없어 증언을 거부했다.

이날 최 씨는 처음 자신을 먼저 증인으로 세웠다면 모든 것을 성실하게 답하려고 했지만 특검이 자신의 딸 정유라를 협박하고 회유하는 등 위법한 방식으로 먼저 증언대에 세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이유로 특검을 믿을 수 없어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최 씨는 특검이 '제2의 장시호를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저는 지난번 이 재판에 나와서 전부 진술하려 했는데 저희 딸(정유라)가 먼저 나왔다"며 "특검이 걔(정유라)를 새벽 2시부터 9시까지 어디서 유치했는지 부모로서 당연히 물어볼 상황이었는데 특검이 이야기를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특검에서 삼족을 멸하고 손자까지 가만 두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저는 죄의 대가를 받고 영원히 죄인으로 살겠다. 특검에 증언할 수 없다"며 특검의 폭언과 압박도 폭로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저희 딸을 데려가서 먼저 신문한 건 딸로 저를 압박하려는 것이고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딸과 제 목줄을 잡고 흔드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본인이 정유라와 다른 진술을 할 경우 위증죄로 딸이 처벌받던가 아니면 자신이 처벌받는 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증언 거부를 하고 있는데)왜 나왔느냐"고 묻자 최씨는 "나오라고 해서 나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일단 질문을 듣고 증언할 수 있으면 답하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최 씨를 향해 30분 가량 질문을 던졌지만, 최 씨는 특검의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다"며 "이제 대답도 하지 않겠다"며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는데 계속 특검이 질문하는 것을 듣는 것도 고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최 씨가 증언을 계속해서 거부함에 따라 특검 측 신문은 1시간 반 만에 모두 끝이났다. 이후 진행될 변호인의 반대신문도 무산됐다. 특검 측의 주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인 측 반대신문이 진행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 측 변호인은 "최씨가 특검 신문에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가 분명히 표시된 것 같다"며 "변호인 반대신문이 무익하다고 생각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씨가 증인으로 나온다고 해서 엄청난 관심을 모았던 이날 재판은 증언거부로 오후 2시 개정 5분만에 허무하게 끝이 났다. 최씨는 재판부가 증인신문 절차를 마무리 단계에서 "몇 가지 얘기하고 싶다"며 발언권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증언을 거부해 답변을 듣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서아 기자 limsa@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