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종영 드라마 ‘쌈, 마이웨이’는 살기 팍팍한 젊은 시청자들의 현실을 반영한 웃픈 청춘 멜로라 불렸다. 변변하게 가진 것 없는 네 남녀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성공(취업 승진 결혼)을 향해 달리고, 수많은 유혹에도 서로를 위로하며 사랑을 나눴다. 또래의 젊은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그들의 부모뻘, 이모-삼촌뻘 되는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자극 받았다. 배우 송하윤은 극중 계약직 상담원이자 6년 된 남친 주만과 권태기에 빠진 백설희를 마치 실제의 모습처럼 연기해 시청자들로부터 응원을 받았다.

송하윤은 “(설희에게) 이입하고 안하고, 몰입할 게 없었다. 그냥 설희로 두 달을 살았다. 대본과 시놉시스를 읽고는 얘로 살아야겠다는 애착이 어느 때보다 강했다. 14년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역할을 하고 싶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송하윤이 해석한 설희는 너무 착하고 예쁜 사람. 외형이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렇게 예쁜 이는 없었다. 송하윤의 말을 빌리자면 “설희로 살고 싶을 정도”였다. 엄마를 생각하는 자식으로서의 마음, 남자친구에 대한 연인의 마음, 애라와 동만 두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참 예쁜 사람이었다.

송하윤은 “그래서 만화를 보듯이 (대본을) 훅훅 넘겼다. 배역이 정해지기 전 시놉시스를 봤을 때부터 마음이 갔다. 대본을 암기할 때 무심코 설희가 힘든 장면을 마주하면 ‘어떡해~’ ‘다치치마!’ ‘힘내!’ 하면서 읽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설희에게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던 데는 외형도 한 몫 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안 배경에, 학벌이나 직업이 뛰어나지 않은데도 남자친구의 뒷바라지까지 할 정도로 억척스러운 캐릭터에 맞춰 단 4벌의 옷으로 16부를 끌고 갔다. 많게는 서너 명도 꾸리는 스타일팀조차 없이 헤어나 메이크업도 손을 대지 않았다.

송하윤은 “배우의 감성을 빌어 드라마가 전달하는 것들을 최대치로 만들고 싶었다. 그게 스타일링이지, 옷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쌈, 마이웨이’가 끝나고 나니 옷이 네 벌 밖에 없었다. 따로 구입한 것은 4만원짜리 핑크컬러 원피스가 전부였다. 이래도 되나 싶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굳이 스타일링에 힘 준 곳을 찾자면 양말이었다. 마침 양말 장사를 하는 친구 남편에게 협찬을 받아 50켤레나 얻었다. 촬영 동안 옷보다 많이 갈아 신었고, 남은 것도 양말이었다. 헤어스타일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촌스러움이 강조된 부위였는데 촬영에 들어가기 두 달 전 검은색 염색과 펌도 했다.

송하윤은 “청담동에서 ‘파마’하면 예쁘게 나와서 동네서 했다(웃음). 실제 곱슬 머리칼인데 총 넉 달을 그대로 놔뒀더니 감당이 안될 정도로 부풀어올랐다. 영화 ‘나홀로 집에 2’의 비둘기 아줌마 같다고 놀림을 받았다”며 깔깔 웃었다.

송하윤이 TV에 나올 모습에 신경을 덜 쓴 데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름 걸고 만드는 드라마의 여주인공인데 아름답게 꾸며주리라는 신뢰가 강했다. 실제로 촬영감독, 조명감독은 송하윤이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해도 새로운 느낌으로 드라마에 담아냈다. 송하윤은 “신경 써야 할 것은 오로지 솔직한 감정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송하윤도 과거에는 치장에 관심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이를 깨트리게 된 계기는 선배 예지원이었다. 3년 전 둘이 함께 열흘 동안 단막극 ‘그렇고 그런 사이’에서 호흡을 맞췄다. 예지원이 촬영 동안 한번도 거울을 보는 모습을 볼 수 없었고, 스타일리스트 없이 직접 의상들을 협찬 받았다.

송하윤은 “내가 거울 볼 때, 예지원 선배는 대본을 봤다. 소름이 끼쳤다. 이후로 스타일리스트에게 부탁해 과도한 치장을 하지 않는다. ‘내 딸 금사월’ 때도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설희는 ‘쌈, 마이웨이’에서 헤어졌던 주만과 재결합했다. 오랜 연인과의 권태기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애라와 동만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출발하며 설렘을 보여주고, 설희는 동만과 권태부터 이별을 얘기하며 연애의 슬픔을 실감나게 깠다. 둘의 재결합에 기뻐하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독립적인 주체가 되는 엔딩을 기대한 이들도 있었다. 송하윤은 “결말에 만족한다. 어떤 결말이든 다 마음에 들었을 거다. 우리 인생처럼 연기도 한 치 앞을 바라보고 연기하는게 아니니 대본을 받으면 받아들인다”고 했다.

송하윤의 실제 연애방식도 궁금했다. 설희처럼 지고지순한 내조의 여왕일까, 아니면 애라처럼 똑 부러지는 여친일까. “사랑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나. 나도 사랑에 올인한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 이게 잘 안 된다. 이런 경험이 연기의 감정선에 영향을 미쳐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고 고백했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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