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사들이 줄줄이 사명교체를 앞둔 가운데 소비자들이 혼선을 빚을 전망이다. 보험사들도 익숙한 사명과 상품명이 바뀌면서 서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대주주가 바뀌거나 흡수합병 되는 등 경영환경이 변화하면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반응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미 대대적으로 새 사명을 홍보하는가 하면, 사명이 곧 정체성이었던 보험사들은 개명에 부담을 드러내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의 사옥 간판이 'ABL생명'으로 바뀌고 있다./사진=알리안츠생명 제공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주요 보험사들의 사명이 연달아 변경될 예정이다.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 동부화재·동부생명, ING생명이 사명 변경을 앞두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내달 1일부터 ‘ABL생명’으로 간판을 교체한다. 모 기업이 독일의 알리안츠그룹에서 중국의 안방보험으로 바뀌면서다. ‘AB생명’ ‘한국안방보험’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ABL생명’을 새 이름으로 확정지었다. 알리안츠생명은 ‘더 나은 삶(A Better Life)’이라는 새 슬로건을 만들어 ABL생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PCA생명은 미래에셋생명으로 흡수통합되면서 아예 미래에셋생명의 간판을 달게 됐다.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모 그룹인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을 거친 뒤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명 교체를 염두에 두면서 사명변경을 앞둔 상황이다. 동부그룹이 뿌리였던 동부건설을 매각하면서 더 이상 ‘동부’ 브랜드를 사용할 명분이 사라진 데다 앞으로 동부건설에 브랜드 이용료를 낼 상황에 직면했다.

ING생명도 대주주 변경으로 사명 교체가 불가피하다. 2018년 상표권이 만료됨에 따라 사명 교체가 시급하다.

상황은 같지만 보험사들의 속내는 제각기 다르다.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은 사명 교체에 만족감을 드러내거나 대대적으로 새 사명을 홍보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은 이미 ABL생명이 확정된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PCA생명 역시 PCA생명보다 미래에셋생명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덕에 안팎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반면 동부화재·동부생명, ING생명은 사명 교체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중이다.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동부그룹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과 ‘운명공동체’의 숙명 탓에 사명이 바뀌는 터라 보험사의 개별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반응이다. 동부생명의 오랜 모델인 배우 지진희씨와의 계약은 브랜드명이 바뀌어도 유지할 계획이다.

ING생명 역시 그간 쌓아온 브랜드 파워가 강해 다음 사명을 정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보험업계의 잦은 사명 변경이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상품은 장기성을 띄는 만큼 사명을 비롯한 경영 상황에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명을 바꾸면 그간 사용해왔던 브랜드 이미지와 상품명 등을 모두 바꿔야 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이전 상표를 유지하면서 이용료를 내는 데에 비교하면 차라리 마케팅 이미지를 바꾸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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