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원한 ‘소간지’ 소지섭이 영화 ‘군함도’(7월 26일 개봉)에서 또 한 번 ‘멋짐 폭발’의 정석을 보여줬다. 소지섭은 경성 최고의 주먹이자 조선인들의 두목 최칠성으로 변신해 특유의 투박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또 연민의 대상이자 사랑하는 위안부 여인 말년(이정현)에게는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내면의 ‘츤데레’한 면모로 여성 관객을 사로잡았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한결같은 남성적 매력이 돋보이는 ‘소간지’다.

소지섭은 이번 영화에서 ‘온몸 액션’을 보여줬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목욕탕 맨몸 난투극부터 참혹한 탈출 액션을 거리낌 없이 소화했다. 설정상 보호 장비를 착용할 수 없었던 목욕탕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소지섭이기에 가능했다.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웃음). ‘군함도’에 나오는 첫 액션이다. 이 신을 위해 한 달 반 정도 연습했다. 대역을 거의 쓰지 않은 장면이다. 무엇보다 복장이 민망해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민망한 것도 한 순간이더라.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그 복장이 편하게 느껴졌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발레리노가 입는 속옷을 착용했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당시의 참상이 대중에게 알려진 건 2015년 MBC ‘무한도전’을 통해서다.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됐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부끄럽지만 군함도의 역사에 대해서는 사실 전혀 몰랐다. 작품의 출연을 결정하고 난 후 류승완 감독과 제작사에서 보낸 자료를 받으며 알게 됐다.”

영화는 소지섭뿐 아니라 황정민, 송중기, 이정현 등 소위 말하는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다. 소지섭은 ‘군함도’를 통해 처음으로 멀티캐스팅 작품에 출연했다. 워낙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향연인 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황정민 선배에 (송)중기라니. 솔직히 말해 정말 부담됐다. 뒤처지지 않게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한 명이라도 처지면 티가 확 나는 영화니까. 멀티캐스팅이 좋은 점은 서로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일이 많다는 것이다. 촬영이 끝나고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정민 선배가 대장 노릇을 많이 해줬다.”

소지섭은 또 극 중 멜로라인을 형성한 이정현에 대해 “작은 체구와 상반되는 에너지가 넘쳐나는 배우”라며 칭찬했다. 사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기존 영화 속 남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최칠성은 군함도로 떠나는 배 안에서 난동을 피우다 말년에게 중요 신체부위를 공격 당한다.

“나는 그저 잡힌 거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다(웃음). 이정현이 촬영 전 어쩔 줄 몰라 하기에 ‘편하게 해’라고 말했다. 촬영이 시작되니 정말 편하게 하더라. NG 없이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최칠성은 알게 모르게 말년을 극진히 챙긴다. 유곽에서 일본인에게 무자비 폭행을 당하는 말년을 구해낸다. 또 빨래를 하는 말년에게 용과 등 열대과일이 잔뜩 들어있는 옷을 툭 던지기도 한다. 소지섭은 “최칠성과 연애스타일과는 많이 달라 오그라들었다”며 쑥스러워했다.

“말년에게 ‘약속은 지키는 놈이다’라는 대사가 있다. 실제로는 그런 말을 전혀 못 한다. 뒤에서 몰래 챙겨주는 스타일이기는 한데 최칠성과는 정말 다르다. 선물을 해줄 때도 민망해서 티를 많이 못 낸다.”

사실 최칠성은 그 동안 소지섭이 연기한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묵직한 카리스마와 거친 남성미가 넘치는 역할을 기존에도 주로 연기해왔기 때문이다.

“캐릭터적인 느낌은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동안은 주로 차갑고 절제한 연기를 보여줬다. 최칠성 같은 경우는 굉장히 불 같은 성격인데다 본능이 앞서는 인물이다. 연기를 본다면 많이 다르다. 물론 관객이 그걸 느끼지 못한다면 내가 부족한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소지섭에게 결혼은 아직 ‘먼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군함도’ 홍보 전 송혜교와 결혼을 발표한 송중기에게 “정말 축하할 일이다”며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송중기가 (송헤교와) 결혼을 한 후에도 배우로서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오래 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욕심이 많은 것 같다. 계속 일만 해서 그런지 아직까지 결혼 생각이 없다. 가장으로 한 가정을 끌고 갈 자신이 없다.”

꾸준히 작품 활동에 주력한 소지섭의 별명은 여전히 ‘소간지’다. 2004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때 생긴 이 수식어는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에도 여전히 소지섭을 대표하는 단어다.

“이제 익숙하다. ‘소간지’는 지우고 싶다고 해서 지울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웃음). 사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모르는데 사람들이 쓰니까 ‘소간지’라고 부른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별명이니 사랑해야지.”

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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