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가수 주니엘의 행보가 사뭇 파격적이다. 주니엘은 오는 8일 데이트 폭력을 다룬 신곡을 발표한다.

주니엘은 2012년 '마이 퍼스트 준'을 내고 데뷔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일라 일라'는 열병같은 첫사랑에 빠진 화자의 심경을 담은 노래다.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청초한 목소리로 '일라 일라'를 읊조리던 소녀가 주니엘의 시작이었다. 이후 발표 된 '연애하나 봐', '귀여운 남자' 등의 곡은 주니엘에게 밝고 깜찍한 '기타 요정' 이미지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간 주니엘이 발표한 곡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싱어송라이터로서 주니엘은 밝고 깜찍하기만 하지도, '기타 요정'과 같은 미지도 아니다. 데뷔 앨범에는 주니엘의 자작곡 세 곡이 담겨 있다. 무대에서 노래하게 된 즐거움을 표현한 '레디 고!'룰 제외하면 나머지 두 곡인 '에버레스팅 선셋'과 '마스크'의 분위기는 사뭇 무겁고 성숙하다. '에버레스팅 선셋'은 주니엘이 중학교 때의 이별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곡으로 '니가 그려진 노을 진 길을 한참 바라보면 그리운 시간 속의 따뜻한 니가 내게 다가와 닿을 듯 하다가 사라져가', '저물어가는 가을하늘이 너의 그림자를 조금씩 감싸 안아' 등 깊은 감성의 가사가 돋보인다. 다른 한 곡인 '마스크'에서는 사람들의 이면에 있는 또 다른 자아를 꼬집으며 '가식적인 웃음과 애매한 말투가 참을 수 없이 가증스러워'라고 사뭇 공격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니엘은 지난해 초 FNC엔터테인먼트를 나와 C9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귀여운 남자', '쏘리' 등 FNC엔터테인먼트 소속 당시에는 소속사 한성호 대표가 쓴 가사의 노래로 주로 활동했던 주니엘은 이적 후 자신의 자작곡 '물고기자리'로 새 출발을 알렸다. 이별 후의 감성을 녹인 이 노래에서 주니엘은 서정적 묘사에 탁월한 장기를 십분 살렸다. '까만 두물머리 속에 찾았던 물고기자리', '매일같이 꿈꾸듯 서로의 향길 맡았지', '빗물에 번지는 건지 놓지 못 한 추억들이 아직도 그곳에서 바래져 가' 등의 가사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주니엘이 가진 색을 잘 보여준다. '기타 요정'으로 이미지화 됐지만 주니엘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키보드와 기타를 능숙하게 연주하며, 메이저 무대에 설 수 있는, 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8일 발매되는 '라스트 카니발'은 데이트 폭력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니엘은 신곡 발표에 앞서 자신의 SNS에 한 커플이 서로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에서 남성은 여성을 협박하고 아무렇지 않게 폭언과 욕설을 퍼붓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함께 찍었던 휴대전화 속 사진들을 모두 삭제하고 여성 긴급상담전화 대표번호인 1366으로 전화를 걸면서 영상은 마무리된다. 파격적인 게시물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성갈등의 골을 깊게 한다는 비난과 용기 있는 행보라는 응원 사이가 팽팽하다.

주니엘은 소속사를 통해 "오래 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며 "이런 위험한 상황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경각심을 일으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라스트 카니발’의 썸네일 이미지도 자신이 직접 그렸다. 일러스트로 꾸민 썸네일 이미지에는 온몸이 장미꽃 문신과 흉터로 가득한 한 여성 캐릭터가 자리하고 있다. 눈 부분에는 붉은 색으로 ‘라스트 카니발’이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으며 머리카락 곳곳은 피가 묻은 것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다. 양쪽 눈 밑으로 흐르는 눈물과 피눈물이 이미지 속 인물이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임을 나타낸다.

지난해에만 8,367명의 가해자가 검거된 데이트 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이지만 이를 전면으로 다루는 대중가수는 찾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주니엘은 신곡 발표에 앞서 “이렇게라도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 폭력의 위험성을 한 번 더 인지했으면 좋겠다. 피해를 보는 분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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