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제 72주년 광복절을 맞은 가운데,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에 자금을 댔던 기업과 친일 행각을 일삼았던 기업의 흥망성쇠에도 이목이 모인다. 한말 을사5적신 중 한 사람인 이완용의 어마어마한 재산이 되물림되고 있다는 소식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립운동에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진 유한양행, 동화약품, GS, LG, 교보생명(비상장기업으로 교보증권으로 비교) 등과 친일 행각으로 알려진 두산, 삼양, 효성, 코오롱의 주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증시가 전산화된 지난 1995년부터(상장 이후) 현재까지의 평균 수정주가 흐름을 볼 때 독립운동가 기업 유한양행, 동화약품, LG, GS, 교보증권과 친일기업 두산, 삼양, 효성 코오롱의 평균 주가 상승률을 단순 비교한 결과, 독립운동가 후손 기업 5개 평균 주가상승률은 605%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친일 후손 기업 주가 상승률을 단순 평균하면 556%를 기록했다. 독립운동가 기업이 다소 앞선 셈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

유한양행의 주가 상승률은 1,147%를 기록했다. 지난 1995년 5월 2일 1만7,917원이었던 것이 이달 14일 22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일한 박사는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출신 기업인으로 지난 1926년 귀국해  독립운동에 필요한 민족자본을 형성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가 유한양행이다. 

유 박사는 미국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제너럴 일렉트릭(GE)에 회계사로 일했다. 이후 식품회사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조국을 위해 과감히 귀국해 유한양행을 설립한다. 

1942년에는 일제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돌아가 재미 한인들로 구성한 무장독립운동단체 ‘맹호군’ 창설을 주도했다. 미국 전략정보처(OSS)와 한국광복군의 국내 침공작전인 ‘냅코 작전(Napko Project) 핵심요원으로 참여해 폭파, 통신, 낙하산훈련 등 고된 군사 훈련을 받고 국내잠입을 기다리던 중 해방을 맞는다. 정부는 1995년 유 박사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까스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은 96%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화약품은 창업자 민강 사장이 임시정부와의 연락책을 맡아 활명수를 팔아 얻은 수익으로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댔다. 민 사장은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에 적발돼 두 차례 옥고 끝에 1924년 48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정부는 고인의 공훈을 기려 1963년에 역시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사돈지간인 GS그룹과 LG그룹도 독립운동가의 후예들이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증조부인 허준 선생은 만주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백산상회’의 자본금을 댔다. 2004년 8월 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주가 상승률은 184.1%.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

LG그룹 창업자인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도 중경 임시정부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찾아온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1만원을 희사했다. 지주사인 LG의 주가 상승률은 독립운동가와 친일 후손 기업을 통틀어 1,507%로 가장 높았다.

교보생명 창업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은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나 미곡장사를 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댔다. 신 선생의 다른 형제들도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신 선생은 1958년 국민교육 진흥과 민족자본 형성을 목적으로 교보생명을 설립했다. 교보증권 주가 상승률은 93%.

이에 비해 두산은 대표적 친일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산그룹 박승직 창업주는 여러 친일행적과 일본의 자본을 끌어들여 회사를 성장시켰다는 이유로 친일 기업인의 대표격으로 불리게 됐다. 박승직 창업주는 친일인명사전 등 친일파 명부에 이름이 올라가는 불명예도 안았다. 두산은 1,006% 주가가 급등했다.

삼양그룹 김연수 창업주도 일본 전쟁에 협력하며 오랫동안 친일 기업인으로 활동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다. 삼양 주가 상승률은 40%.

효성 창업자 조홍제는 고향인 경남 함안 군북면에서 금융조합장에 당선돼 해방 전까지 3선 조합장을 지냈다. 매일신보 친일 광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주가는 628% 상승.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는 일본에서 피복류 공장을 설립, 태평양전쟁 기간 군수품을  납품하면서 사업을 키웠다. 주가 상승률은 551%다.

이밖에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는 일제 시절 경찰을 지냈고 이재준 대림그룹 창업주는 아버지 이규응이 일제시대 면장을, 형인 이재형 전 국회의장은 총독부가 세운 금융조합(지금의 농협)의 이사로 활동해 친일 기업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