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군함도’(7월 26일 개봉)는 올해 첫 번째 ‘천만 영화’로 대다수가 예상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봉 전 ‘꼭 봐야 할 영화’로 인식됐으나, 개봉과 동시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시달리며 관객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질세라 역사 왜곡·친일 영화 논란까지 몰아 닥쳤고, ‘군함도’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의 연속에도 류승완 감독은 당당하고 담담했다. “내가 한 선택에 후회는 없다. ‘군함도’로 인해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일본의 관방장관까지 나서서 내가 했던 인터뷰의 일부를 짜깁기해 역사 왜곡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곧 그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정리해야 될 과거사의 문제들이 다시금 논의가 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뿌듯하다. 또 ‘군함도’를 통해 군함도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군함도’는 2015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을 통해 대중에게 먼저 알려졌다. 일제의 강제징용 사실이 전파를 타며 대중의 공분을 샀다. 때문에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기대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건 좋은 거다. 당시 내가 ‘군함도’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였는데 ‘무한도전’에서 패널로 출연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군함도를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도 그 전에 있었는데 대중적인 파급력이 국민적 예능과 영화를 통해 확산됐다. 여전히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보상 문제도 그렇고 아직 현재 진행 중인 역사가 많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논란으로 이어졌다. 개봉 당일 상영관 2,027개를 확보하며 ‘역대급 스크린 확보’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영화 상영은 감독의 권한을 떠난 일이다. 나도 상영관이 몇 개 잡혔는지를 개봉 당일에 알았다. 극장 사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내가 만든 영화가 단 한 번도 이런 논란에 휘말린 적이 없다. 하필이면 ‘군함도’가 이런 논란에 휩싸인 게 너무 속상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군함도’는 일제의 부흥에는 친일파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 때문이었음을 강조한다. 조선인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주 윤학철(이경영)의 반전, 노무계의 악질 조선인 송종구(김민재)를 배치함으로써 친일 청산을 주장한다. 한 민족의 끈끈한 의기투합을 강조한 기존의 항일영화와는 전혀 다른 색을 띤다.

“항일을 다루며 친일에 대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었다. 이걸 확대 해석해서 친일 영화로 보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영화를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친일파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그려지지 않나. 영화를 이분법적으로 구성하면 오히려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제대로 담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군함도’를 향한 또 다른 논란이 바로 역사 왜곡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군함도’ 개봉 당일 “사실을 반영한 기록영화 같은 것이 아니다”며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은 이미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군함도의 실제 역사와 다르게 그렸다는 일부 관객의 지적도 이어졌다. ‘군함도’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상상을 서사로 재구성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시선은 냉혹했다.

“왜곡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주장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영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영화에서 만들어진 인물이나 사건조차 당시 시대적 배경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다. 탈출 장면조차 당시 역사 전문가, 군함도 연구자, 군사 전문가를 초빙해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능한 전투의 범위, 탈출 경로를 고증하며 만들었다. 물론 관객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한 영화를 보고 모든 관객의 생각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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