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제작발표회 때 ‘죽을 힘을 다해서 들어가겠다’고 했던 작품이에요. 그만큼 ‘7일의 왕비’에 대해 책임감을 많이 가졌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 끝나고 나서도 후회는 없어요.”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된 단경왕후 신씨의 이야기를 담은 KBS2 종영극 ‘7일의 왕비’의 주인공 신채경을 연기한 박민영과 마주했다. 종영 인터뷰까지 드라마의 연장선이라 본다는 박민영은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캐릭터라 마음이 슬프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잡미묘한 심경이 든다”고 털어놨다.

박민영은 ‘7일의 왕비’를 만나기 전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어느 순간 ‘캔디’ 캐릭터에 갇혔다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였다. 직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캔디’라는 큰 틀 안에 있다 보니 캐릭터를 자기 복제하는 느낌이 들더란다.
“배우로서 자존감이 떨어지려고 하던 시기라고 할까요. 캔디 말고 다른 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어요. 그러던 때에 ‘7일의 왕비’ 시놉시스를 보게 됐고, 이런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결론적으로 박민영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다. ‘7일의 왕비’가 아닌 ‘7리터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아야 했던 이 작품 덕에 감정선의 깊이가 훨씬 더 깊어졌다.

“지금 와서 보니 ‘눈물을 이보다 더 쏟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작품들에서도 많이 울었지만, 감정의 깊이가 다르잖아요. 채경이의 눈물은 단순히 헤어져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 해서가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니까요. ‘내가 하는 이 선택으로 부모가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 내 실수로 인해 실제로 가족이 죽는 것을 봐야 했던 심정, 소녀의 눈물이 아니라 성숙한 여인의 눈물이었던 거죠. 이런 것들이 그 동안 해 왔던 연기와 조금 다른 느낌의 도전이었어요.”

덕분에 연기에 대한 목마름도 어느 정도 채워졌다. 줄곧 한 자릿수만 기록한 시청률이 아쉽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연기를 하는 즐거움으로 아쉬움도, 힘든 것도 잊었다. 극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부터는 댓글도 읽지 않았다.

“시청률 때문에 상심할 뻔한 적도 있었죠. 초반엔 아역들이 나오니까 앞선 방송을 보고 들어갔거든요. 그 때의 시청률을 봤고, 시청률이라는 게 갑자기 가파르게 오를 순 없는 거니까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들어갔어요. 그런 마음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기대치 보다 처음엔 시청률이 낮았던 게 맞아요. 그런데 내가 흔들리면 모두가 흔들릴까 봐 빨리 털어내려고 했어요. 현장에서 오히려 더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면서 다녔거든요. 그렇게 초월을 했더니 오히려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시청률에 연연하는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은 거죠. 시청률이 안 나오더라도 ‘웰메이드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좋은 작품이었다’라는 이야기는 꼭 듣고 싶었거든요.”

‘7일의 왕비’를 무사히 마무리한 박민영은 또 다른 연기 도전을 준비하며 당분간 숨 고르기를 할 예정이다. 두 살 된 반려견과 추억도 쌓아야 하고, 집 안에 마련한 자신만의 ‘카페 드 미뇽’도 열어야 하고, 중국어 과외도 받아야 한다. 잠이 안 오는 밤엔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시놉시스가 들어오면 당연히 그것도 봐야죠. 그런 거 볼 때만 배우 같아요. 하하. 하고 싶은 작품,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많아요. ‘거침없이 하이킥’ 같은 작품도 지금 다시 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웃기는 연기를 되게 좋아해요. 영화도 기회가 되면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고요. 이제는 서른도 넘었고 하니 배우로서 여러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조만간 또 좋은 작품으로 찾아 뵐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

사진=문화창고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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