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아바이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속초 청호동에 아바이마을이 있다. 가슴에 사무치도록 고향이 그리운 사람들이 이 마을에 모여 산다. 추석에도, 설날에도 가지 못하고, 지난 추억 게워내 곱씹으며 그냥 그리워만 한다.

‘아바이’는 ‘어르신’ ‘아버지’ 등을 뜻하는 함경도 방언이다. 아바이마을은 국내 대표적인 실향민 정착촌이다. 한국전쟁 당시 1ㆍ4후퇴 때 국군과 함께 북녘의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터 잡은 곳이 여기다. 주로 어부였던 함경도 출신들이 많다. 전쟁 끝나면 당장 고향으로 갈 거라며 북녘 가까운 곳에 머물렀다. 황량한 바닷가에 허리 정도 깊이의 땅을 파고 토굴집이나 판잣집을 지었다. 남정네는 바다로 나가 고깃배에 올랐고 아낙들은 포구에 나가 그물에서 생선을 떼어내며 살았다. 급히 고향을 떠난 탓에 빈손이었던 이들에게 속초의 바다는 생계였다. 그렇게 60여년이 흘렀다.

가슴은 먹먹한데 마을은 여행지로 유명해졌다.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함경도 음식들이 입소문 타더니, 이거 찾아 속초 여행 왔다 들르는 사람들이 늘었다. 여기에 ‘갯배’가 드라마에 소개된 후에는 유명세가 전국으로 퍼졌다.

갯배는 사람 힘으로 움직이는 배다. 모양은 뗏목처럼 넓고 판판하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와 송승헌이 엇갈리던 장면에 갯배가 나온다. 일제시대 때 속초 항이 개발 되며 마을 사이로 물길이 생겼다. 마을은 졸지에 섬이 되어버렸다.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도입한 것이 갯배다. 물론 요즘은 배를 타지 않고 마을로 가는 길이 생겼다. 그래도 여행객들은 갯배 타기를 즐긴다. 물길의 폭이 20~30m에 불과해 2~3분이면 건널 수 있는데다 한번 타는데 요금도 200원이라 부담도 없다.

갯배는 처음에 제법 컸다. 작은 트럭 한 대와 우마차 몇 대를 실어 날랐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작다. 갯배는 아이들에게 이색 체험거리다. 철근 줄을 쇠꼬챙이로 당겨야 움직이는데, 갯배를 탄 사람이 사공과 함께 도와줘야 속도가 난다.

아바이마을의 식당마다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가자미회냉면, 명태회냉면 등을 판다. 대부분 함경도 음식들이다. 특히 함경도 순대인 ‘아바이순대’는 대창에 무청시래기, 다진 돼지고기, 선지, 마늘, 된장 등을 버무려 속을 채웠다. 함경도에서는 마을잔치나 경사가 있을 때 순대를 만들었다. 함경도가 명태의 주산지였던 만큼 제철 명태가 돼지대창을 대신하기도 했다. 명태가 안 잡힐 때는 오징어를 이용했다.

갯배를 타고 함경도 음식을 먹고 해변을 거닐어본다. 마을 앞 해변은 방파제가 있어 날씨가 궂은 날에도 파도가 잔잔하다. 이렇게 게으름 부리면 고향만큼 그리운 것들이 시나브로 생각난다. 가을은 이렇게 깊어간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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