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여름은 곧 극장의 성수기라는 공식이 옛말이 된 걸까? 국내 3대 영화배급사들의 2017년 상반기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감소한 관객 수로 여름 극장이 가뭄에 시달렸다. 천만영화도 상반기 말 ‘택시운전사’가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월 국내 박스오피스 총 매출액은 1689억원이다. 관객 수는 2,135만 명이다. 지난 해 7월 총 매출액 2114억 원, 관객 수 2623만 명을 기록한 것에 비해 각각 20.1%, 18.6% 하락했다. 특히 한국영화의 경우 지난해에 기록한 1577만 명에 비해 두 배 이상 감소한 685만 명으로 떨어지며 쓴 맛을 봤다.

올해 최대 흥행작은 외화 ‘스파이더맨: 홈커밍’(7월 5일 개봉)이다. 총 717만 명을 동원했으며 상영 매출액 584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에만 841만 명을 동원한 천만 영화 ‘부산행’에는 미치지 못한 수치다.

그나마 8월에는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의 체면이 섰다. 매출액 2236억 원, 관객 수 2839만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년 8월 매출액 2375억 원, 관객 수 2994만 명에는 못 미친 수치다.

흥행작 부재는 곧 영화배급사들의 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CJ E&M이 투자 배급한 영화 ‘군함도’는 개봉 후 스크린 독점,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리며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개봉 당일 7만9,300원으로 장을 마감한 CJ E&M은 6만 원대 후반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현재 7만4,400원의 주가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 9월 개봉을 앞둔 대작 ‘남한산성’으로 흥행에 성공해 다시 높은 주가를 기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일한 천만영화 ‘택시운전사’를 배출한 쇼박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해 8월 영화 ‘터널’의 흥행으로 주가가 8,68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5,800원으로 고꾸라지며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쇼박스 주가 부진의 이유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DD) 역풍을 꼽을 수 있다. 중국으로 시장을 확대한 쇼박스와 현지 투자배급사 화이브라더스와 손잡은 ‘뷰티풀 액시던트’가 흥행에 실패하며 주가 역시 하락했다.

지난해 ‘부산행’으로 수익을 톡톡히 번 NEW 역시 흥행작의 부재로 전년 대비 주가가 40% 이상 하락한 7,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회사이자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앤뉴가 하반기 JTBC와 손잡고 ‘기기괴괴’, ‘미스함무라비’ 제작에 돌입할 예정인 만큼 주가 역시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흥행작의 부재뿐 아니라 달라진 배급시장이 국내 배급사들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워너 브라더스, 이십세기폭스, 메가박스 등이 참여하며 대형 배급사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처럼 성수기로 불리는 여름 극장이 쏠쏠한 수익을 올리지 못한 국내 배급사들이 하반기 추석 대목으로 부진한 성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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