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졸팅, 교련, 요강이 뭘까?’

KBS2 월화극 ‘란제리 소녀시대’가 7080 세대들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0년대 후반 대구를 배경이라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복고 아이템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미장센들로 흥미를 돋우고 있다.

드라마 방송 후 화제가 된 장면은 마치 군대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방불케 하는 여고생들의 교련시간이었다. 교련 시간은 얼룩무늬 위장복을 입은 까까머리 남고생들이 나무로 만든 총을 들고 예비 군사훈련을 받던 정규 수업시간. 1970년대 당시에는 여고생들도 교련 수업을 받았는데 체육복을 입기도 했다. 극중 여고생들의 제식훈련 장면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 교련선생님과 선도부들은 공포의 대상으로, 군복에 라이방 선글라스를 착용한 교련 선생님은 두려움의 존재였다. 극중 학생들 생활지도를 명목으로 행해지는 빵집 미팅을 단속하는 장면은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드라마에서 선보인 빵집 미팅도 신선했다. 미팅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007 비밀작전’같은 대목은 웃음을 자아냈다. “졸지에 하는 미팅”이라는 뜻의 ‘졸팅’은 예나 지금이나 줄임말을 선호하는 청소년들의 문화와 비슷해 할머니, 엄마 세대들도 요즘 세대들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는 묘한 공감대를 자아냈다.

또 골동품에 속하는 요강도 신기한 아이템이었다. 옛날에는 집 밖에 위치한 푸세식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휴대용 화장실’ 요강을 방에 두고 볼 일을 봤다는 사실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며 문화충격을 줬다.

여주인공 정희(보나)와 손진(여회현)의 첫 만남의 장소였던 문학의 밤 행사도 젊은 시청자들에게 낯선 모습이었다. 문학의 밤은 당시 인터넷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 청소년들의 유일무이한 만남의 장이자 자신의 매력을 뽐낼 수 있었던 동네의 오디션 무대이기도 했다. ‘란제리 소녀시대’ 속 복고아이템들은 단순히 나열되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녹아있는 그리운 복고 감성까지 끄집어내며 안방극장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트로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아날로그적인 색감보정도 복고감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관계자는 “복고라고 해서 똑같이 재현해내기 보다 복고감성에 충실하는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사진=‘란제리 소녀시대’ 캡처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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