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로드맵] ‘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미니멀리즘
[권상희의 컬쳐 로드맵] ‘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미니멀리즘
  • 편집자
  • 승인 2017.09.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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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효리라는 톱스타가 일반인 여행객들과 함께 지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JTBC ‘효리네 민박’을 처음 보기 시작했던 건 이런 단순한 호기심에 있었다.

매주 일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습관처럼 TV앞에 앉게 되는 묘한 힘을 가진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여기엔 이효리 특유의 예능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녀와 이상순, 이지은(아이유) 민박집 임직원 세 사람의 케미는 잔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그런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기승전결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새로운 손님이 오고, 그들이 제주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민박집을 체험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헤어진다는 것이 시작이요, 끝이다. 이는 또 다른 손님들로 채워지는 식이다. 그들은 뭔가 보여주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관찰 예능을 볼 때 가장 불편한 순간이 바로 억지 상황을 만들어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때다. 웃음을 유발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재미는 반감된다. ‘관찰’이라는 콘셉트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어떤 관찰 예능이든 회를 거듭할수록 소재고갈을 드러내며 자연스러움은 상쇄돼 버린다. 그런데 ‘효리네 민박’은 다르다. 웃음 포인트, 출연자의 독특한 캐릭터와 콘셉트가 필수요건인 예능프로의 공식을 과감히 버렸다. 버렸다는 표현도 해석하기에 따라 의도적인 것 같으니 아예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벗어 던진 세 사람은 기꺼이 동네 오빠, 언니, 동생, 딸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고민까지 털어놓으며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낯선 이들이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탁에는 우리 고유의 정서인 ‘정’이 듬뿍 담겨있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과 힐링을 만끽하고 돌아가는 여행객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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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미니멀리즘’이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식 표현으로 ‘최소한주의’인데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고 버리는 것, 즉 ‘버림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하고 바쁜 세상살이가 주는 피로감, 채우려고 노력해도 채워지지 못하는 우울한 현실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트렌드인 셈이다. 자연인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을 통해 비우고 내려놓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한데” 그녀는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뭔가 바라고 원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물론 혹자는 이미 다 이루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두려워한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욕심이다. 그런 이유로 서서히 내려 올 준비를 하고 있는 그녀가 보여준 내면의 미니멀리즘은 때로 시청자들을 감동케 한다.

‘마음을 비워 불필요한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 바로 미니멀리즘의 본질이다. 이는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민낯에서도 드러난다. 그녀는 예뻐 보일 수 있는 모든 불편한 장치들로부터 해방돼 있다. 표현에도 그럴싸한 미사여구란 없다. 이는 ‘스타’란 자리에서 스스로 벗어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녀의 이러한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이 ‘효리네 민박’을 빛나게 한다. 특별하지 않기에 더 특별하다.

박수칠 때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효리네 민박’, 아쉽지만 멋진 결정이다. ‘힐링’이라는 건 뭔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쉬움이란 여백은 ‘효리네 민박’이 실천한 미니멀리즘인 셈이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사진=‘효리네 민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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