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일본의 전범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4조5,000억원을 일본의 군수기업, 전범기업, 역사왜곡기업, 야스쿠니 신사 지원 기업 등에 투자했다. 일본에 투자한 16조원의 30%에 달하는 금액이다.

▲ 미쓰비시 중공업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한 근로정신대. 사진제공=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지난 5년간 투자한 일본 기업 중 군수기업은 21곳이며 1조2,000억원이 투자됐다. 이중 중 가장 눈에 띄는 전범기업으로 유명한 미쓰비시의 계열사다. 국민연금은 F-35A 전투기와 SH-60K 초계헬기 등을 하도급하는 미쓰비시 중공업과 03중거리 지대공 유도탄을 조달하는 미쓰비시 전기 등에 투자했다. 잠수함용 발전기를 조달하는 가와사키 중공업도 국민연금의 투자 명단에 포함됐다.

일본의 전범기업에는 97곳, 3조원 이상이나 투자했다. 이 중에는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를 만든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찬성자가 경영자로 참여한 기업 37곳도 있었다. 여기에는 1조5,000억원이 들어갔다.

게다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지원기업인 돗판인쇄에도 30억원이나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 의원실은 일본 우익단체인 '영령에 보답하는 모임'의 공개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돗판인쇄는 전국 전몰자 위령 대제에 헌화를 하고 있으며 2014년판 야스쿠니 달력 27만부를 제작하는 등 야스쿠니 신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또 다른 야스쿠니 신사참배 지원기업이자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에도 77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인 의원은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한반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를 해왔다"며 "국민연금이 국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국민연금의 투자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당 김용익 의원은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진 기업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141개로 이들이 창출한 일자리 2만8,068개 중 절반은 비정규직이었다. 국민연금은 이 기업들에 56조4,881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연금이 3,408억원을 투자한 현대건설은 신규 채용 인력 중 80%가 넘는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뽑았다. 태영건설은 채용 인력의 78.5%, 현대홈쇼핑은 75.8%가 각각 비정규직이었다.

심지어 141개 기업 중 8곳만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했으며 38곳은 1% 미만을 고용했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이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기업에 무차별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공단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 기금에 대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에 '좋은일자리지수'를 포함시켜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이명수 의원도 "공단이 작년 2월 '의결권 행사지침'을 개정해 '사회적 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에서 '사회'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책임투자는 기금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함'이라는 조항을 추가했다"며 "이는 공단이 스스로 사회책임 투자를 포기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해외 공적연기금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환경 관련 각종 규제에 적절히 대응을 하고 있는지, 노사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는지, 투명하고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갖고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며 "국민연금의 공적연기금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해 책임투자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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