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대박이야~대대대 대박이야~추추추추 추태수가 대박이야~.”

요즘 배우 박광현의 심정이 딱 이렇다. SBS 토요극 ‘언니는 살아있다’ 추태수 캐릭터로 소위 대박을 쳤다. 극중 빅뱅 대성의 ‘대박이야!’를 계속 불렀는데 현실에서 이뤄졌다. 박광현이 맡은 추태수는 재벌집 딸 구세경(손나은)과 바람을 피고도 당당한 인물. 자신의 실수로 딸을 잃었지만 전 부인 김은향(오윤아) 탓 하며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시청자들은 ‘국민 쓰레기’라고 욕했지만, 박광현은 “욕을 먹을수록 행복하다”며 웃었다.

“드라마 속 추태수를 욕 하는 거 아니냐. 깐죽거리는 캐릭터로 가지 않으면 묻힐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중반부 노숙자 신부터 ‘확실히 망가지자’ 마음먹었다. 제대로 망가지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한 회 많이 나와야 3~4신인데, 화장실 갔다 오면 ‘이번 회 안 나왔니?’ 이런 얘기 들을 게 뻔했다. 깐죽거리는 모습을 강조해 반응이 더욱 좋아졌다.”

초반부에는 어색함이 없지 않았다. 더구나 딸을 잃고 오열하는 장면에서 라미네이트한 윗니가 부각 돼 의도치 않게 웃음을 줬다. “라미네이트를 안 했으면 윗니, 아랫니 다 누랬을 텐데 한 쪽이라도 하얀 게 다행”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처음 악역에 도전해 부담감이 많고 힘들었을 때였다. 댓글에서 다들 연기보다 라미네이트 얘기만 하더라. 스트레스 받았다”고 털어놨다. 소속사 대표도 전화 왔다며 “라미네이트는 대부분 윗니만 한다. 건강상 문제가 있거나 뻐드렁니가 아닌 이상 윗부분만 하는데, 입을 벌리고 울다 보니 라미네이트가 돋보였다”고 웃었다.

박광현은 그 동안 아침ㆍ주말극에서 실장님 역을 주로 선보였다. 20대 전성기 때 꽃미남 배우로 인기를 끈만큼 망가지는데 두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40대이지 않냐. 고민은 전혀 없었다. 작은 역할인데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쁜 놈!’ 하면서 보게 되지 않냐. 한 신이 나와도 각인 돼 연기하는 보람이 있다. 깐죽거리는 악역은 새로운 발견이다. 오랜만에 드라마 하면서 시청자들 반응이 와 색다른 재미가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추태수 캐릭터에는 박광현의 실제 모습이 반영됐다. 평소 장난기 많고 까불거리는 성격을 대입,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실장님 역 할 때는 주변에서 ‘실제랑 너무 다르다’고 했다. 지금은 추태수 보면 ‘정말 똑같다’고 한다”며 좋아했다.

“‘대박이야’를 개사해서 부른 건 애드리브였다. 김순옥 작가님이 재미있었는지 요즘 대본에 ‘추태수송 부르며…’가 많다. 평소에도 ‘추추추추 추태수가 대박이야’ 흥얼거리면서 다닌다. ‘꺼지고 또 꺼지고’도 애드리브로 한 거다. 반응이 좋아서 유행어로 밀고 있다. CF 한 번 찍고 싶다!”

추태수를 연기하며 고생도 많이 했다. 난관에 매달리고 땅에 파묻히기 일쑤였다. 오히려 “언제 땅에 파묻혀 보겠냐? 정말 재미있었다. 고생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스스로 즐기면서 했다”고 돌아봤다. 구세경과 호텔에 있다가 남편 조환승(송종호)이 찾아와서 난관에 매달리는 신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신 찍고 병이 났다”며 고개를 저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종영까지 한 달 정도 앞두고 있다. 추태수가 수없이 악행을 저지른 만큼 어떻게 추락할지도 관심사다. “마지막에 추태수가 죽을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물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육해공이라고, 난관에 매달렸고 땅에 묻혔으니까 바다 쪽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광현에게 ‘언니는 살아있다’는 은인과도 같다. 2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는 승승장구하며 인기에 취해 살았다. 군 입대 하면서 “한류 열차에 타지 못해 긴 휴식기를 가졌다”고 회상했다. “요즘 왜 작품 안 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결혼 후 아이를 얻고 40대에 접어들면서 ‘언니는 살아있다’라는 행운의 기회가 찾아왔다. 슬럼프 였을 때 긴 터널을 빠져 나오게 한 작품이다. “앞으로 추태수와 비슷한 역만 들어와도 좋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김순옥 작가의 작품은 처음인데 장서희, 손창민, 안내상 등과 함께 ‘김순옥 사단’에 합류하고 싶은 바람도 드러냈다.

“요즘처럼 행복할 때가 없다. 전략을 미리 세운 건 아닌데 망가지는 게 생존 무기가 됐다. ‘언니는 살아있다’로 조금이나마 나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요즘 가족 예능 많지 않냐. 좋은 기회가 있다면 에너제틱한 실제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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