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긴 추석 연휴를 끝내고 10월 증시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중순부터 본격 시작되는 실적시즌을 맞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업종 종목이 계속 주도주 역할을 맡는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종목은 올해 3~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간다는 장밋빛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

7월 이후 나왔던 반도체 경기둔화 우려도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서 큰 방향으로는 10월에도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예상이다.

특히 오는 13일 발표되는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은 국내 증시 고평가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각각 61조8,159억원, 14조3,319억원에 달한다. 유진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5조원으로 올렸다.

여기에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종목도 있지만 제약·바이오주가 IT업종 종목을 거들면 또 한 번의 랠리가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009년부터 추석 연휴 이후 주가는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며 “9월 실적 개선으로 인한 대형주 주가 상승세가 10월 증시에도 지속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큼직한 변수가 남아있어 증시가 강하게 우상향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북한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다. 특히 연휴가 끝나는 오는 10일 당 창건 기념일인 이른바 ‘쌍십절’에 강력한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작년에는 조용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시험 발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핵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면 강한 추가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을 용납하지 않고 필요하면 예방조치를 취하겠다고 거듭 경고하면서 한반도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군 수뇌부와 회동에서 했다는 “폭풍 전의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 발언 등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여기에 보유자산 축소 등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외국인 이탈 가능성도 불거졌다. 연준은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양적 긴축을 이달부터 매달 100억 달러 한도로 시작한다. 금융 위기 이후 9년 간 시행해왔던 양적 완화를 처음으로 거둬들이는 셈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어 수급 측면에서 점점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최근 북한의 도발로 국가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자본유출 방지를 위해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연준이 점진적인 금리인상과 통화 정상화를 강하게 시사한 만큼 오히려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석훈 대신증권 자산배분팀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소 매파적이었지만 연준의 점진적이고 시장 순응적인 통화정상화의 방향은 변한 게 없다”며 “연준의 통화정상화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 호조를 근거로 하고 있어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예상했다.

이달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을 지정할지 여부도 또 다른 변수다. 일단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과 함께 한국도 덩달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10월 증시는 기간이 짧고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이거나 매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급이 환율조작국 지정보다 더 중요한 이슈”라고 진단했다.

또, 10일 종료되는 약 560억 달러(3,6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도 증시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외교 갈등으로 중국이 연장을 거부한다면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편에서는 북한 도발만 일어나지 않으면 국내 증시는 10월에도 강한 오름세를 보인다는 예상도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도발로 최근 한국 CDS 프리미엄이 치솟았음에도 국내 증시가 이 정도 버티는 데는 기업실적이 뒷받침한 이유가 크다. 3분기 국내 기업의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며 “미국 금리인상은 경기 호조를 의미하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