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고원희에게 얼마 전 종영한 KBS2 드라마 ‘최강 배달꾼’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흙수저를 열망하는 철없는 금수저 이지윤으로 변신, 발랄하면서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데뷔 7년여 만에 ‘최강 배달꾼’으로 주연을 꿰찬 고원희는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가족들의 대우부터 달라졌다며 “촬영 내내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지윤이를 연기하면서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데 확실히 밝아진 것 같다. 스태프들이 ‘이게 실제 성격 아니냐’고 하더라. 진짜 지윤이처럼 보이게 녹아 들었다는 생각에 기뻤다.”

고원희는 2011년 열여덟 살 나이에 아시아나항공 최연소 모델로 발탁되며 주목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모델은 박주미, 한가인, 이보영 등이 거쳐 가 스타 등용문으로 꼽히고 있다. 이후 JTBC 사극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로 인기를 끌었다. ‘최강 배달꾼’으로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깨는데 성공했다.

“촬영하는 매 순간이 행복했고 아쉬웠다. 지윤이는 신이 쪼개져 있지 않고 뭉쳐 있어서 몰아서 찍을 때가 많았다. 촬영이 빨리 끝나서 퇴근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강 배달꾼’ 이후 팬들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데뷔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예전에는 식당에 가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요즘은 많이 알아봐 주고 이름도 기억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고경표를 비롯해 채수빈, 김선호 등 배우들과 호흡도 최고였다. 리더십 강한 고경표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텝들 모두 잘 챙겨줬다. 최강수랑 똑같았다”며 고마워했다. “‘흙수저’ 이단아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전체 리딩 때 채수빈이 연기하는 걸 보고 ‘딱 단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부잣집 딸 지윤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며 다짜고짜 가출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삼각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기도 했다. 20대 청춘들의 취업 걱정 등 현실적인 고민을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오히려 “더 많이 공감됐다. 연기자이지만 계약직에 일용직이나 다름없다. 일이 들어와야 할 수 있다. 늘 한 작품이 끝나면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걱정 한다”고 웃었다. 이어 “배우는 선택 받아야 되는 입장 아니냐.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항상 불안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원희는 지윤이처럼 고생도 모르고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금수저와는 거리가 멀다”고 고개를 저었다. 1년 전쯤이 데뷔 이래 가장 힘들었다며 “전 작품 ‘별이 되어 빛나리’ 끝나고 독립영화 몇 편을 찍은 뒤 좀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그래서 ‘최강 배달꾼’이 더 간절했고 현장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은 때였는데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일상에서는 게임과 맥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리그오브레전드(롤) 마니아라며 상대역인 김선호와도 “게임으로 친해졌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게임할 때도 지면 행복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소소한 거에 행복을 많이 느낀다. 일 다 끝나고 집에서 맥주 한 캔 마실 때 정말 행복하다. 애주가라서 술을 좋아한다. 반려동물과 침대에서 뒹굴뒹글 거리고, 가족들과 같이 밥을 먹는 시간도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남자친구인 배우 이하율도 큰 힘이 되는 존재다. 고원희는 KBS1 TV소설 ‘별이 되어 빛나리’에서 호흡을 맞춘 이하율과 공개 열애 중이다. 지난해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서 열애 사실을 밝힌 후 예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힘들고 외로운 연예계 생활 속에서 서로 고민을 털어놓으며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고원희는 행복의 가치관을 이렇게 정의했다. “살면서 한 번도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치관의 차이인데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요즘은 가족들이 나를 많이 찾아줄 때 행복을 느낀다. 부모님은 내가 어떤 작품을 하든 크게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잘 보고 있다’고 얘기하니까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 내 생각이 많이 나는지 연락이 자주 온다(웃음).”

고원희는 대세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최근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드라마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 주인공 김연지 역에 캐스팅, N포 세대를 대변할 예정이다. “계속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로코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 ‘또 오해영’과 ‘로맨스가 필요해’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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