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기꿈의학교’ 조정 프로그램 초·중학생 12명 도전기
용인 신갈저수지에서 조정시합을 펼치는 꿈의학교 체험 학생들. 사진=이상엽 기자

[경기취재본부 이상엽] 6년 전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조정을 통해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 바 있다. 당시 무한도전 출연 멤버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전까지 조정의 노를 잡아본 적도 없었고, 콕스(Cox, 키잡이)가 무엇인지조차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멤버들은 꾸준한 연습과 협동심을 바탕으로 한 대회에 특별초청팀으로 참여, 조정 보트(Rowing Boat)에 올라 미사리 경기장의 물살을 가르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이끌어냈다.

 초·중학생으로 이뤄진 12명의 학생들은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경기꿈의학교’에서 또 다른 무한도전에 나섰다. 참여 학생들은 ‘조정’이란 종목을 처음 접하면서 무한도전 멤버들처럼 차근차근 배워나가며 자신들의 협동과 단합,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경험했다. 생경하기만 했던 조정의 매력을 한껏 느끼며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간 무한도전의 특별했던 시간, 그 꿈의학교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든 조정, 협력과 단합으로 극복

 추석연휴가 막 시작되던 9월 말,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신갈저수지에서는 특별한 조정 경기가 펼쳐졌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12명의 학생들이 4인승 보트 3대에 나눠 타고 열띤 승부를 펼쳤다. ‘우리들만의 리그’이기에 순위나 성적이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간 배운 조정 실력을 뽐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에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열심히 물살을 갈랐다.

 조정 시합은 총 300m 거리를 여러 번 왕복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공식 조정경기가 2000m 코스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초보자 이자 어린 학생들 입장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코스다.

 하지만 프로그램 명칭인 ‘우리들만의 리그’는 실제 조정경기를 보는 듯 학생들이 능숙한 실력을 뽐내며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학생들은 동승한 경기도조정협회 소속 선생님들과 함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힘차게 노를 저었다.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콕스를 맡은 학생도 진지하게 임무를 수행하며 보트와 하나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를 완주한 학생들은 ‘우리가 해냈다’며 서로를 격려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에 젖은 듯한 표정으로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았다. 몇몇 학생은 ‘더 잘할 수 있 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들 모두에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경험이 됐을 법한 도전의 순간이었다.

 이혁(36) 수원시조정협회 전무이사는 “학생들이 조정보트를 4~5번 정도 밖에 타지 않았는데,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조정은 협동과 단합, 집중력이 어는 스포츠보다 중요한 종목인데, 지금 학생들은 이러한 모습을 여느 동호회나 단체 못지않게 잘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 전무의 말을 듣기 전부터 학생들의 진면목은 로잉머신(Rowing Machine) 연습에서부터 느껴졌다. 조정을 처음 배우는 초보자는 물론, 조정연습을 위해서는 반드시 로잉머신을 통해 감각을 키우는 과정을 거친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실전에 앞서 로잉머신 연습을 통해 조정을 익힌 이유다. 당시 무한도전은 로잉머신 연습 시 멤버들이 탈진할 정도로 힘든 훈련으로 그려진 바 있다.

 꿈의학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취재진이 300m의 짧은 거리를 입력한 로잉머신을 탄 뒤 온 몸이 쑤시고 호흡이 가쁠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힘든 내색 보다는 열의가 넘쳐 보였다. 코치 선생님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간 측정을 통해 자신의 기록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기 위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냈다. 1분 7초대를 기록한 취재기자의 300m 기록과 학생들의 기록이 같을 정도로 놀라운 실력을 과시했다.

 이 전무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쳐본 적은 처음이라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집중력이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예상 외로 너무나 훌륭한 모습을 보여줘 제 자신이 놀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조정 체험에 참여한 홍서연(방교초 6년) 양은 “경기꿈의학교 중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가하게 됐다”며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운동을 할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재미있게 조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이 '우리들만의 리그'를 끝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엽 기자

학생들이 만들어간 무한도전, 꿈은 이루어진다

 경기꿈의학교는 도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기획해 진로와 취미를 탐색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체험 프로그램이다. 올 하반기에만 400개가 넘는 꿈의학교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이번 ‘조정으로 배우는 협동과 단합’ 프로그램은 이 중 하나다.

 당시 학생들은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을 고민했고, 우연하게 무한도전의 조정편을 떠올리면서 ‘조정을 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했다고 한다. 물론, 조정에 대해 아는 지식은 거의 없었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꿈의학교에 신청을 한 것이 조정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물론, 조정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처음부터 능숙하게 조정을 한 것은 아니다. 조정이란 종목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어려움도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말만 듣고 뒤늦게 참여한 학생들은 조정이란 종목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물을 무서워하는 친구도 있었다.

 이번 ‘경기꿈의학교’ 조정체험을 진행한 이종은 오산초등학교(27) 교사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 교사는 “조정보트를 처음 탈 때만 해도 학생들이 무서워서 엄두를 못냈다”며 “배에 올라타는 시간만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학생들이 ‘물이 무섭다’, ‘벌레가 많다’, ‘너무 심하게 움직인다’며 아우성을 쳤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해줬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이번 조정체험은 보다 체계적으로 꾸미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경기도조정협회와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의 지원 아래 조정에 대한 이론과 기초공부, 물과 친해지기 위한 물놀이, 로잉머신 연습, 실전체험을 차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그 결실은 ‘우리들만의 리그’를 통해 나타났다. 마치 무한도전팀이 조정대회에서 합심 끝에 완주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학생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해 나가면서 자신들만의 시합을 멋지게 해냈다.

 이 교사는 “물 위에서 실전연습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도 수준 높은 실력을 보여주는 것에 놀랐다”며 “갈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함께 즐기고 협력하는 모습을 배우기를 희망했는데, 그 꿈을 이룬 것 같다. 저에게나 학생들에게나 이번 조정체험은 멋진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찬윤(무봉초 6년) 군은 “조정 선생님께서 편안하게 잘 가르쳐 주셔서 실력도 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정이 함께 하는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기 어려운데, 선생님들께서 구호를 외쳐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며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조정을 통해 협동심을 많이 기른 것 같다. 실제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긴 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정경기를 마칠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처음 무한도전팀이 조정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시합을 치를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들은 끝없는 노력과 협동을 통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멋진 조정실력을 보여줬다.

 이번 조정체험에 참여한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을 직접 지도한 조정협회 관계자와 학교 교사도 처음에는 무한도전팀을 바라보는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꿈의학교란 이름처럼 꿈을 꾸었고, 무한도전처럼 무모한 도전이라는 걱정 섞인 우려를 찬사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수원=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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