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잇따른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금융감독원이 전 과정을 블라인드(blind)화'하는 등 채용과정 전반 개편한다. 임원에 대한 적절한 징계안이 없다는 지적에 비위 사실이 확인된 임원은 직무를 즉시 배제하고 퇴직 시 퇴직금을 50% 삭감하는 등의 방안도 마련했다.

조경호 금감원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조직 쇄신안을 마련해 최흥식 금감원장에게 권고했다.

TF는 지난 8월 30일 학계, 언론계, 법조계, 금융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외부 인사들의 권고안 형태지만, 최 원장이 모두 수용키로 한 만큼 확정된 방안이다.

우선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객관식 1차 필기시험을 도입한다. 학연이나 지연의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원자는 생년월일 만으로 구분하게 된다. 채점·심사·면접위원들에게 지원자의 성명, 학교, 출신 등의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않도록 '블라인드화'한다.

면접위원은 절반 이상 외부전문가로 위촉한다. 면접 점수가 수정되는 일이 없도록 즉석에서 평가 결과가 확정된다.

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기 전 감사실이 채용 절차가 기준에 맞게 진행됐는지 재검토한다.

금감원은 임원(부원장과 부원장보)의 비위 사건이 발생해도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고, 사직할 때 퇴직금을 그대로 챙기는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임원에게 비위 소지가 있다면 형사소송 절차와 별개로 감찰실에서 자체 조사하고 비위가 확인되면 즉시 직무에서 배제한다. 직무에서 배제됐을 때 기본급 감액 규모를 20%에서 30%로 늘리고, 업무추진비 지급도 제한한다.

임원이 비위 행위와 관련해 퇴직할 경우 퇴직금을 절반만 지급한다. 나머지 절반은 무죄가 확정되면 지급한다.

금감원 임직원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그러나 직무 관련 금품·향응, 채용비리 등 부정청탁, 지위를 이용한 부정청탁과 금전 거래를 '직무 관련 3대 비위 행위'로 규정해 공무원 수준의 징계 기준을 적용한다.

음주운전은 한 번 적발되면 직위 해제하고, 승진·승급에서 배제한다. 한 번 더 적발되면 면직한다.

직원들은 금융회사 주식 보유가 금지된다. 다른 주식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공시국이나 신용감독국 등 기업정보와 관련된 부서는 모든 종목의 주식 보유가 금지된다.

검사와 인허가뿐 아니라 조사, 감리, 등록, 심사 업무 담당자도 기획 단계부터 종료 단계까지 직무 관련자와의 사적 접촉을 금지한다.

퇴직 임직원 등 직무 관련자와도 단독 면담이 금지된다. 면담 내용은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 밖에 상사의 위법·부당한 지시나 비위 행위를 신고하는 익명 제보 기능을 내부 전산망에 만든다.

조 위원장은 이번 쇄신안에 대해 "채용에 부정이 개입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임직원의 윤리 의식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청렴한 조직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풍랑으로 좌초위기에 있는 금감원호(號)의 선장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이번 쇄신안을 정착시키겠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임원진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금감원이 금융시장의 파수꾼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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