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인터뷰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곤 했어요. ‘롤모델이 누구냐’,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 이런 것들이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 같아요.”

최근 영화 ‘범죄도시’의 양태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성규와 만났다. 영화와 동료 배우들, 감독 등에 대해 한참 인터뷰를 나눈 뒤 “앞으로 세워둔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김성규는 이렇게 답했다. 

그저 “운이 좋아”서 ‘범죄도시’에 캐스팅 됐다고 이야기하는 김성규는, 자신을 둘러싼 미묘한 상황 변화를 면밀히 계산하는 배우는 아니다.

“너무 급작스럽게 많은 일들이 생긴 것 같아요.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요. 주변의 시선도 많이 달라지고, ‘범죄도시’를 본 분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하고. 저라는 사람에 대해 기대하는 분들도 생긴 것 같고. 사실 20대 후반, 연극할 때는 ‘언젠가 이렇게 연기하는 배우가 돼야지’라는 생각도 하고 선배 배우를 롤모델로 삼고 ‘어떻게 돼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서른 살이 넘으면서 그런 것들을 다 내려놓게 됐어요.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살아있는 인물로 느껴지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 정도예요. 제 목표는.”

인터뷰 내내 몇 번이나 말했지만 ‘범죄도시’ 이후 많은 이들은 김성규를 일컬어 ‘연기 천재’라 했다. 계산되지 않은 본능적인 움직임에서 나오는 무언가. 흔히 ‘날 것’이라고 하는 그런 미묘한 무언가가 김성규에게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이야기하는 김성규는 ‘다소 무식한 배우’다. “똑똑하다”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야무지고 똑똑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인물 분석을 할 때도 잘 안 풀리면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그런 편이라고 해야 하나. 양태란 인물을 만들 때도 고민을 진짜 많이 했어요. 시나리오 속 양태에게는 조금 모호한 지점이 있었거든요. 첫 촬영 때까지도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현장에 나갔던 것 같아요.”

강윤성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게임장 신이다. 장첸(윤계상)과 장이수(박지환)가 게임장 안에서 살벌하게 대치하는 장면. 강 감독은 “게임하고 있을래 아니면 먹을래”라며 김성규를 온전히 믿었고, 김성규는 본능적으로 부서지는 게임기를 보며 웃었다. 극악무도한 행위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아이. 강윤성 감독은 그 장면에서 “양태, 이렇게 가면 되겠다”고 마음을 놓았다.

“감독님이 사소한 것까지 제게 많이 물어봤어요. 하다 못해 밥 먹는 장면에서도 ‘뭐 먹을래’라고 해주고. 짬뽕에 밥 말아서 먹겠다고 하니 그런 의견까지 다 들어주셨거든요. 워낙 많이 믿어 주신 것 같아요. 사실 양태는 감정선이 명확하게 있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할까’, ‘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볼까’ 이런 상상을 계속하면서 최대한 보이는대로 느껴 보려고 애를 썼어요. 그런 점이 아마 현장에서 보이기에는 거칠고 동물적으로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옳고 그름, 선과 악을 제대로 배우지 못 한 들개 같은 아이. 길에서 자랐고, 살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존재. “악역은 악역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적어도 쟤는 왜 저러고 있을까 누군가 궁금해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김성규는 양태를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살을 빼고 목소리 톤을 흩트리고 미친 듯이 괜히 늦은 시간에 어둡고 외진 곳, 혹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양태가 살아났다.

“‘범죄도시’ 현장이 정말 좋았거든요. 특히 초반보다 갈수록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선배들 보면서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저런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연극을 할 때 늘 생각했던 게 ‘이 인물이 진짜 살아있는 사람으로 느껴지면 좋겠다’는 거였거든요. 그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연기를 해나가고 싶어요. 앞으로 다른 생각도 분명히 생기겠지만, 아마 이런 마음을 지키는 게 어려워지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금처럼, 하던 대로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길 바라요.”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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