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을 위해 뭉쳤던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협력관계의 종지부를 찍었다. 업계에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차기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넥슨은 최근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15.08%)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통해 매도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넥슨 블록딜 지분 330만6,897주 가운데 44만주를 취득해 엔씨소프트의 지분 11.98%(262만8,000주)를 소유하며 1대 주주에 올라서게 됐다. 나머지 주식은 외국계 회사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2012년 엔씨소프트는 넥슨에 지분 14.7%를 넘겨주며 연합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양사는 일렉트로닉아츠(EA), 밸브 등 유수의 게임사 인수를 통해 글로벌 게임시장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목표로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시장이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양사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최근 몇 년새 매출 하락을 겪으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8,000억원 가량이 묶인 넥슨은 결국 경영참여를 선언했고 엔씨소프트와 갈등을 빚으며 장기간 불편한 동거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분 전량을 팔면서 엔씨소프트와의 관계를 넥슨 스스로 정리하게 됐다.

지분 정리를 통해 넥슨은 독자 행보를, 엔씨소프트는 우호 세력인 넷마블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략 게임 ‘도미네이션즈’의 글로벌 흥행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넥슨은 모바일 분야의 게임 라인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분 정리로 확보한 환차익 62억엔(한화 약 600억원)을 통해 모바일 분야에 재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상호지분 교환을 통해 새롭게 협력관계를 구축한 넷마블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실제로 넷마블은 자사의 모바일 게임 RPG ‘몬스터 길들이기’에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콘텐츠를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 리니지2의 IP를 활용한 ‘프로젝트S’도 공동 개발중에 있다.

변수는 블록딜 지분 매입 당시 김택진 대표를 제외한 외국계 회사다. 5% 이상 엔씨소프트 지분을 취득한 곳은 영업일기준 5일 이내 공시해야 한다.

중국 최대 포털이자 게임사인 텐센트가 5% 이상 지분을 확보했을 경우 넷마블과의 합산 지분(13.90%)이 김택진 대표와 임직원의 지분을 합친 12.40%보다 많아진다. 텐센트는 지난 3월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25%를 확보한 3대 주주다.

업계에서는 당장 경영권 압박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텐센트가 지분을 매입했다면 넥슨과의 갈등에 이어 2차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성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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