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현대중공업그룹이 내년 조선업계 불황에 대비해 현대중공업의 1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6일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가 재무건전성 강화, 신사업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의 IPO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로 9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외부감사인 지정, 주관사 선정, 상장예비심사 청구 등 상장에 필요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1964년 설립된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정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올해 3분기까지 매출 11조7,000원, 영업이익 8,590억원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정유·화학 업황 호조와 비정유 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IPO뿐 아니라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IPO를 시작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더 높일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그룹 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룹 핵심 계열사 현대중공업은 유상증자에 나선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1조2,875억원(1,25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과 연구·개발(R&D) 투자에 쓸 예정이다.

특히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뤄지면, 그룹 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는 순차입금을 모두 털고 약 5,000억원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게 된다는 게 현대중공업그룹의 설명이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 이뤄지는 셈으로, 실현되면 지난해부터 진행된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개선 계획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 현대로보틱스는 이미 이번 유상증자에 120% 초과 청약할 것을 결의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안정적 지주사 체제를 확립하고, 2019년부터 예상되는 본격적인 조선 업황 회복을 준비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올해 지금까지 상선 부문에서 목표(75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100억 달러(150척)를 수주했고, 내년에도 올해보다 30% 이상 많은 132억 달러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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