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방탄소년단/사진=SM,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한국스포츠경제 김은혜] 아이돌 그룹 팬덤의 신경전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현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팬덤을 자랑하는 엑소와 방탄소년단. 올 한 해 두 팬덤의 신경전은 어마어마했다. '덕질의 성지'로 불리는 트위터를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두 그룹의 인기만큼이나 팬덤들의 신경전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신경전이 오프라인까지 미치게 된다면 어떨까. 

다수 네티즌들의 제보에 의하면, 12일 밤 방탄소년단의 팬미팅을 하루 앞두고 많은 팬들이 고척 스카이돔 앞에서 밤샘 줄서기에 나섰다. 경호원들이 안전을 위해 길을 막아서자 일부 팬들은 경호원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펜스를 밀어 넘어뜨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욕설 중간 "이 에리같은 X아", "아 X발, 인성 에리 X발", "아 에리같다 탈덕해" 등의 발언을 쏟아부었다. 여기서 말하는 '에리'란 엑소의 팬클럽인 '엑소엘'을 지칭하는 단어다. 결국 엑소의 팬들을 비하하는 용도로 쓰인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팬들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만약 두 팬덤이 같은 공간에 있었다면 더 큰 문제로 야기될 수도 있었다.

난리가 났다. 단순히 '에리같다'는 트윗 하나를 올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현장에서 '에리같다'고 소리친 것 하나가 더욱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너도나도 사과를 요구하거나, 혹은 너도나도 사과를 했다. 한쪽에서는 공론화 시키자는 주장을, 한쪽에서는 어서 영상을 내려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다른 그룹의 팬덤들도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 신경전에 가세하거나 두 팬덤·두 그룹을 모두 욕하며 조롱했다. 결과적으로, 소수의 발언이었지만 문제는 커졌고 피해를 본 건 자신이 속한 팬덤 뿐만이 아니라 같이 언급이 되어야하는 방탄소년단에게까지 이어졌다.

트위터에서 두 그룹은 관련 트윗량으로만 다른 모든 사회 현상을 제칠 정도다. 온라인에서만큼은 두 그룹이 끼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엑소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 팔찌를 착용하거나, 노숙자들을 위한 재능기부 잡지 모델로 등장한 것.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기부에 동참한 것. 이들의 좋은 행동은 많은 팬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끼쳤다. 팬들은 관련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으로 보였다. 그것이 내 가수를 위한 행동일지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점차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는 것이 결코 무시 받을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반대로, 팬들의 좋지 않은 행동은 가수들에게도 나쁜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팬덤의 이미지가 곧 가수의 이미지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행동일지라도 도덕적으로 규탄받을 만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팬이기 때문에' 무시 받을 수 있는 좋은 안주거리가 된다. 

과연 '그 가수에, 그 팬'이라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 쓰여야 하는 것일까. '덕질'을 하는 모든 팬덤들에게 마찬가지다. 일개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에 가수의 앨범을 사고 팬미팅을 가는 것처럼,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면 조금 더 인식과 행동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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