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가상화폐 규제의 주체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으면서 각 부처마다 가상화폐 테스크포스(TF) 팀이 출범돼 거래자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관계부처간의 이견이 좁아지지 않으면서 통합 TF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 사이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자 거래자들은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국무조정실 등이 각각의 가상화폐 TF를 구성했다.

2016년 11월 금융위원회 주도의 가상화폐 범정부 TF가 구성됐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의 회의만 치렀을 뿐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을 예견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가상화폐를 인지하고 관련 육성안이나 규제안을 마련한다는 취지의 TF였다.

지난해 말 출범한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TF’의 주무부처인 법무부도 각 부처간 의견을 통합하지는 못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며 가상화폐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거래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5일 정부는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입장’ e브리핑을 통해 “최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지난해 12월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조속히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거래소 폐쇄 등 강력한 카드가 부처간 합의 없이 등장하면서 정부가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은 셈이다.

사실 거래소 폐쇄 카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달 말 정부는 12.28 대책을 통해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고 전했다. 3주가 지나는 동안 거래소 폐쇄에 대한 부처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청와대와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도 TF를 구성해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로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면서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처 TF의 시그널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서 가상화폐 시장도 요동쳤다. 국무조정실이 갓 메가폰을 넘겨받았지만 동떨어진 부처간 이견을 봉합하는 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가상화폐 시장과 거래자들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중이다. 가상화폐 등락에 명확한 이유가 없다 보니 정부와 정치권의 사인 하나 하나에 시장이 받는 충격파가 상당하다. 실제로 박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이 전해진 11일 가상화폐 시장은 전날 대비 20%의 낙폭을 보였다.

‘김치 프리미엄’이 고조된 만큼 국제 가상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해외 가상화폐 시장은 한국의 뉴스를 주시하는 한편 각 부처의 발언에 따라 시장 그래프가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는 가상화폐 안정화를 위한 규제를 찬성하면서도 부처간 합의를 통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칼은 칼집에 있어야 가장 두렵지만, 비슷한 규제안이 짧은 시기에 반복되면서 오히려 충격파가 덜어지고 있다”며 “거래소 실명제 등 합리적인 규제안은 환영한다. 실명제가 이견없이 이달 초 운영됐다면 시장은 벌써 안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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