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은 쉴 새 없이 바뀌어 왔다. 체육 교육도 많은 변화를 이뤘다. 그 가운데 일관된 정책과 초-중-고 연계 교육에 대한 관심과 고민도 많았다. 현직 교사들와 장학사가 말하는 학교 체육의 방향과 연계를 위한 대안에 대해 터 놓는 시간을 마련했다. (왼쪽부터 이제명 화성반월중 교사, 김종문 고색고 교사, 김성태 화성오산지원교육청 장학사, 정구현 사창초 교사, 조원익 능동중 교사, 최원섭 화성중 교사) 사진= 이상엽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이상엽] 학교 체육은 근래 들어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과거에는 단순히 종목의 기술을 익히는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다양한 종목을 알려주고 체육 종목을 통해 평생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성이 선회됐다. 교육 지향점이 단순지식 전달 공간에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초-중-고등학교의 연계성이 부족해 중복된 교육을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되곤 한다. 체육이란 교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에서 기초를 배워 흥미를 가진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을 해도 똑같이 기초만 배워 흥미를 떨어지게 하거나 중학교에서는 경기도 능숙하게 진행했던 학생이 진학을 하면서 기초를 배우게 하면서 수업 참여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학생 개개인마다 체육 종목에 대한 이해도와 성취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직교사 등 교육관계자들은 많은 고민을 해왔다. 종목단체, 지자체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을 통해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답을 찾기란 어렵다. 현직교사 5명과 장학사를 통해 현재 교육의 방향성을 알아보고 초-중-고등학교의 연계된 교육이 이뤄질 가능성과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현재 초-중-고등학교 체육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정구현(40, 사창초등학교 교사/교직 15년차)= "현재 초등학교 정책방향은 학생들의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 건강 체력과 기능 중심이 아닌 신체활동 가치를 중심으로 한다. 일단 학생들의 건강 체력을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이라든지 신체활동을 말 그대로 가치를 느끼면서 움직이고 놀이하는 방향이다. 학생들끼리 인성적인 부분도 학습하는 등 이러한 부분을 강조한다.

저학년 같은 경우는 체육이라는 교과가 없고, 통합 교과로 ‘즐거운 생활’ 안에 음악과 미술, 체육이 함께 들어간다. 그야말로 융합교과로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들이 많이 이뤄진다. 중고학년 같은 경우는 체육 교과가 있기 때문에 주당 3시간씩 5개 영역으로 학생들하고 놀이활동이라든지 스포츠클럽이라든지 이런 활동들을 병행하고 있다."

이제명(33, 화성반월중학교 교사/교직 4년차)= "학교 내 체육교사가 혼자다 보니까 모든 학년의 체육교과 수업을 짰었다. 1학년 학생들이나 여학생들은 체육 종목의 기능적인 것들을 강조하다 보면 흥미를 잃는다. 놀이 중심으로 수업을 하되, 무리한 기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놀이가 80%라면 50%으로 줄이고, 기능과 실전 경기 단계로 진행한다. 고등학교 진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전략, 전술, 리그 운영 등 다양하게 할 수 있게 토대를 마련한다."

김종문(50, 고색고등학교 교사/교직 24년차)= "고등학교 체육은 괴리가 있다고 보는 게 맞다. 1학년 때는 ‘운동과 건강 생활’, 2학년과 3학년은 ‘스포츠 문화’와 ‘스포츠 과학’을 배운다. 교과서를 보면 실기에 대한 내용은 조금 밖에 없고, 대부분 이론 중심이다. 학생들이 이론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당연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마다 선생님들의 수업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실기 위주로 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다."

현재 체육 교육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 기능, 인간관계 등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초중고의 연계 교육은 다소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이상엽 기자

입시 문제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체육 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최원섭(33, 화성중학교 교사/교직 7년차)=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가 놀이중심으로 가는 방향은 좋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이 놀이 체육이 체계화와 발달 단계에 맞는 실질적인 기능들이 어느 정도 향상이 되어야만 중학교 체육에서 조금 더 나은 체육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의 경우, 튀어 오르는 축구공을 발로 잡을 수 있는 볼 트래핑 기술을 할 수 있는 학생이 30%도 되질 않는다. 초등 교육과정에서 이 액션에 대한 반응이 학습되어 올라온다면 충분히 더 발달시켜 줄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초등수업을 같이 진행해야 하는 것이 중학교 수업이고, 고등학교는 종목 중심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 여기에 대한 규칙, 짜임새 있는 전술 등을 가르치기 위한 허브적인 단계가 중학교에서 필요하다."

조원익(43, 능동중학교 교사/교직 18년차)= "체육 수업만 보면 놀이 중심으로 하다가 중학교에 오면 스포츠 종목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일부 체육선생님들의 욕심일수도 있고 전문적인 기능부분을 접근하는 분들도 있어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종문 고등교사=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봐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 입시 과목만 공부하다가 체육이라는 과목을 듣는 순간 학생들이 편해지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체육 휴강을 하면 난리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과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입시) 과목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조금은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이 체육인데, 체육도 입시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녹록하지 않다."

조원익 중등교사= "지금까지의 체육이 흔히 기능중심, 평생체육을 할 수 있도록 기능 종목 하나는 있어야 된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운동을 하면 기본적으로 건강을 추구하고 체육을 통해서 ‘무언가 다른 사람 됨됨이’가 될 수 있도록 방향성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수학 과목을 보면, 문제풀이 능력을 기르는 것만 아니라 물리적 사고를 키우는 것처럼 과목은 하나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적 교육 목표가 없기 때문에 입시 자체도 중구난방이다. 국가 전체가 가고자 하는 교육 철학을 세워놓고 여러 지 방법들이 나오면 입시도 바뀌어야 한다. 분명 고등학교 체육이 이론이 많다고 하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공청회 같은 것을 했을 때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들어야만 교육 방향과 현장의 괴리감이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학생들의 요구는 이론이 아니다. 뛰어 노는 것을 좋아하니까 여기서 선생님들이 흔들리는 것 같다. 어디까지 학생들을 고려해야 되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그 선을 맞추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한다."

김성태(화성오산교육지원청 장학사)= "체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 과목을 삶과 연계시키는 것을 해야 한다.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집에서든 다른 곳에서든 운동을 한다. 즉, 내 삶의 일부로 온 것이다.

국가에서 체육 교육을 건강의 목표를 세운다고 하지만, 누구나 건강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다양한데, 개인별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다르지 않나. 학급 30~40명이 다 다른데, 하나로만 교육을 하려다 보니 방향성과 정체성도 무너진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국가교육과정이다. 학교스포츠클럽도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 자율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한 삶을 위해 학교 현장에 개인별 역량, 자율성을 준다면, 어느 정도는 체육 교육의 방향성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가 나눠져 있어 정책도 교사도 나눠지게 된다. 일부 다른 나라는 이러한 문제로 학년제만 존재하는 통합학교로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도 천차만별이고 모든 학생을 만족하기는 어려운 문제는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제명 중등교사= "중학생 1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어떤 학생들은 경험이 있고, 또 다른 학생들은 경험이 없다. 그래서 손을 들어보라고 한다.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라도 이 반은 해봤지만, 다른 반은 안 해본 경우도 많다. 미국 같은 경우는 난이도 별로 단계별 학습, 기본반, 실전반 등 연계가 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사실 초등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가르치는 입장에서 초등학교에 이어 어떤 교육을 해야 중학교에서 하는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정구현 초등교사= "행동특성종합이라는 것에 학생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재를 해 놓는다. 체육 관련해서도 자세하게 기록한다. 그걸 작성해주는데 중학교에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김종문 고등교사= "이전 학교와 관련된 것을 볼 수 없다. 학생들의 출신교 등 아주 간단한 것만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학생들이 이전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조원익 중등교사= "그 지역 자체가 같이 함께 한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방식으로는 어떤 학습이 되어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초등학교 때 했던 줄넘기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또 하는 현상을 봐왔다. 그래서 일부 초중고 교사들이 모여 여러 이야기를 나눈 적이 많다. 연계 교육을 위해 어떤 식으로 가르칠지 나름대로 정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실행하기는 어려웠다. 교육 방향성이나 선생님들의 개인적인 문제, 학교와 관련된 요소 등 많은 부분에서 걸림돌이 발생됐다. 전출, 전근 등 교사가 다른 곳으로 이동이 되면 그 과정에서 공백이 생기는 문제도 있다."

연계 교육의 방법은 존재한다. 그렇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 또한 현장 교사들과 교육 관계자의 고민이기도 하다. 사진=이상엽 기자

그렇다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관된 체육 교육을 할 수 있는 대안이 있나.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이 대안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정구현 초등교사= "학생들의 신체도 다르고 특성과 성취 기준도 모두 다르다. 수업에 있어서 초중고 연계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초등학생을 기준으로 본다면, 많이 경험하고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들과 관계 형성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면 어느 정도 연계가 가능할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중고등학생 형, 언니들의 경기를 참관해 대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중고등학생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인프라가 조성된다면 어린 학생들도 그들을 따라 자기 진로를 선택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일관성이 있고 연계된 교육이지 않을까 한다."

최원섭 중등교사= "줄넘기 승급제란 것을 들어봤다. 중학교에서 줄넘기 종목에 대해 3등급, 2등급을 받으면 고등학교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가 부천에 있다고 한다. 중학교에서 어떤 것을 했는지 고등학교는 모른다. 그렇지만 이러한 교육이 늘어나면서 연계가 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도 대안 중 하나라고 여긴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에 참여했을 당시, 그 지역에 넷볼을 잘하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매주 봉사를 하신다. 그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이런 식의 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넷볼이라는 문화를 아이들이 알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면서 꾸준히 즐기기면서 중복되지 않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학교 교육도 이런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김종문 고등교사= "고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학생들은 분명 좋아하는 종목이 있다. 배구만 하는 학생, 농구공만 가지고 노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학생들은 과거에 연계성을 가지고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씀을 드리면, 그 많은 종목 중에서 농구를 초등학생 때부터 쭉 흥미를 가지고 해왔다는 뜻이다. 토요스포츠데이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강사를 초빙해 진행했지만, 지금은 협회에서 신청을 받고 진행하는 식이다. 흥미를 가진 종목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스포츠클럽 대회 등에 참가를 해보면,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스포츠 종목에 전통을 가지고 있는 사립고등학교다. 그 학교는 엘리트 운봉부가 아니라 동아리가 활성화가 되어 있다. 그 학교를 지원해 가면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도 공교육에서 충분히 연계성을 가질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김성태 장학사= "해당 학교를 입학하면, 이런 체육(스포츠) 종목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전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스포츠클럽을 지속적인 명문클럽으로 만들어보기 위해 노력해 본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것은 지역과 종목의 연계다. 화성지역은 펜싱과 사격을 대표 종목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성지역에서 학교를 나온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펜싱과 사격에 대한 이해도와 인식을 가지도록 해준다면, 성인이 돼서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 봉사라든지 동호회라든지 그 종목에 재투입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역의 특산물처럼 해당 지역의 대표 체육 종목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꾸준히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화성=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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