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최근 가상화폐 거래소가 정부의 폐쇄 협박 등이 이어지면서 유력인사 영입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 출신 인사들이 눈에 띈다.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 출신을 영입해 정부의 잇단 압박을 견뎌내고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A에는 이날부터 삼성금융 계열사 출신 B차장이 홍보실장으로 출근했다.

A사는 기존 5명인 홍보인력을 10여명 내외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B차장을 영입했다. 이에 따라 홍보실장만 3명에 달하게 됐다. B차장은 이전 직장에서도 홍보전담 인력으로 활동하면서 소탈한 성격으로 폭넓은 언론계 인맥을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

A사는 그간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오자 기존 금융권 출신 홍보인력 영입에 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금융권, 특히 삼성 출신 홍보 인력을 통해 아직 제도권에는 편입되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추정했다. A사는 B차장 뿐 아니라, 다른 삼성금융 계열사에서 애널리스트도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실체가 없어 애널리스트 등 가격의 등락을 이유를 설명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면서 “특히 모든 기업이 선호하는 삼성 출신에 욕심을 낸 걸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가상화폐에 대해 유시민 작가 등 회의론자가 “실체가 없는 사기”라면서 비판의 수위를 높이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장에서 신뢰받는 삼성 출신 인사의 영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 초대 회장 내정자/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모여 만든 협회로 오는 26일 공식출범하는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내정됐다. 진 전 장관은 퇴임 후 벤처투자사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를 세워 대표를 맡고 있다. 블록체인협회에는 현재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스타트업 등 총 4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업비트 역시 삼성전자는 아니지만, 범삼성계에 속하는 중앙일보의 이석우 디지털총괄을 지난해 12월 대표로 영입했다. 이 대표는 NHN과 카카오 등으로 외도를 하긴 했지만 애초 지난 1992년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물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균열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중앙일보는 틀림없는 범삼성계 언론사다.

일각에서는 신뢰성보다는 일사분란하게 목표를 달성하는 추진력에 가상화폐 거래소가 삼성 출신을 선호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마디로 ‘까라면 깐다’는 것이다.

한 P2P업계 삼성 출신 인사는 “삼성을 벗어나 다른 회사에 갔을 때 직원들이 회사 지시에 토를 달아 놀란 적이 있다”면서 “삼성 출신들은 회사에서 주어진 목표에 대해 꼭 달성한다는 추진력이 있어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업체에서 선호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진 전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반도체와 디지털 신화를 이끌던 인물로 이제 블록체인의 ‘대부’가 돼 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회장으로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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