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매 작품마다 색이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박정민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 증후군 진태를 연기했다.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진태는 세상의 편견 속에서도 꿋꿋이 순수함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는 영화 속 진태는 박정민만의 진심이 묻어난 연기로 더욱 빛을 발했다.

-영화를 보고 만족했나.

“내가 나오는 영화를 처음 보면 늘 기분이 안 좋다. 내 실수를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동주’ 때 흘린 눈물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에 반했나.

“이병헌 선배가 출연을 결정한 다음에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 병헌 선배가 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시나리오를 원래 한 번에 다 못 읽는 편인데 이건 재미있었다. 웃다가도 가슴이 찡한 장면들이 많았다. 사실 ‘정민아, 이 영화 해’라는 상태에서 대본을 받은 게 아니었다. 매니저 형에게 ‘꼭 이 영화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서번트 증후군 캐릭터인 만큼 연기하기 조심스러웠을 텐데.

“처음에는 서번트 증후군이신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자는 마음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다. 하지만 단 몇 개월 만에 내가 캐릭터를 결론 짓는 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번트 증후군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만약 이 친구들이 영화를 보게 됐을 때 불쾌감을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 오버를 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함께했던 것 같다.”

-영화를 위해 피아노를 배우고 직접 연주까지 했다.

“사실 무리라고 생각했다. 한 두 달 연습하다 보니 ‘아 안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감독님은 CG를 하거나 대역을 쓰면 관객들의 감정이 마이너스가 될 거라고 하셨다. 나 역시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라라랜드’에서도 라이언 고슬링이 피아노를 다 치지 않았나.(웃음)”

-서번트 증후군 캐릭터 하면 ‘말아톤’의 조승우가 먼저 떠오르는데.

“‘말아톤’을 너무 좋아해서 여러 번 봤지만 이 역할을 위해 참고하지는 않았다. 그 전에 선배들이 연기한 걸 생각할 여유도 사실 없었다. 참고를 하다 보면 그 분들이 한 연기를 떠라 하게 될 것 같았다. 책이나 다큐멘터리, 서번트 증후군 분들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본 것 같다.”

-대사량이 많지 않은데 아쉬움은 없었나.

“대사가 없으니까 연기를 할 때 더 힘들긴 했다. ‘네’라는 대사가 제일 많은데 실제로 그 분(서번트 증후군)들이 많이 쓰는 말이라고 하더라. 그 분들을 연구하는 분들이 쓴 책이 한 권 있는데 그들의 ‘예스’는 전부 다 다른 뜻이라고 했다. 못 알아들을 때도 ‘네’라고 얘기한다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하나의 글자인 거다.”

 -이병헌, 윤여정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이병헌 선배는 ‘갓병헌’이다. 함께 연기하면서 존경심이 더 커졌다. 디테일한 조언도 안 해 주시는데 내가 한참 어린 후배인데도 하나의 배우로서 존중해준다. 윤여정 선생님은 내가 혼자 짝사랑했다.(웃음) 선생님이 너무 달변가라 촬영 내내 재미있었다. 나도 모르게 ‘컷’ 소리가 나면 선생님 옆에 가 있더라.”

-‘염력’과 ‘변산’ 개봉도 앞두고 있다. ‘열일’ 중인데 인기를 실감하나.

“사실 실감이 안 난다. 내가 무슨 ‘천만 영화’에 나온 것도 아니고 유명한 드라마에 나온 것도 아니니까. 팬들이 많이 생긴 것도 아닌데 좀 불안하다. 눈 앞에 펼쳐진 이 기이한 현상이 언젠가 사라질 거품일 수도 있겠다 싶다.(웃음)”

-이준익 감독과 재회한 작품 ‘변산’ 촬영은 어땠나.

“힐링을 받고 싶어서 이준익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게 됐는데 내가 짊어질 짐이 훨씬 많은 영화였다. 행복했지만 그 와중에 몸이 마구 쑤셨다. 랩부터 사투리 연기까지 배울 게 참 많았다. 거의 매 장면에 나오다 보니 생각할 것도 많았다. 만약 이준익 감독님의 촬영장이 아니었으면 힘들어서 쓰려졌을 거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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