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채권) 금리 인상에 대해 “폭락 이유가 못 된다”고 일축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6일 김 센터장은 “지난해 가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을 때부터 지난 4개월간 미국금리는 계속 올랐다”면서 “대부분의 시기에 미국의 금리와 주가는 ‘정’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 금리가 올르면 주가도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6년 말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를 봐도 당시에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8%에서 2.5%까지 단숨에 급등했지만 주가는 하락한 것이 아니라 급등했다”면서 “주가하락을 금리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제롬 파월 새 연준 의장을 길들이려는 프리메이슨과 같은 거대 세력의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면서 “증시가 새 연준 의장을 길들이려는 경향은 있지만, 그런 음모론도 폭락의 원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의 갈등을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약(弱)달러는 무역과 기회 측면에서 미국에 좋다”고 발언했다. 그는 “약달러는 무역이나 미국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곧바로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강(强)달러”라고 서둘러 진화했다. 므느신 장관도 트럼프에 이어 “궁극적으로 강한 달러를 원한다”며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부정했지만, 이미 환율시장에 급격한 혼선이 벌어진 뒤였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도 미국의 환율시장 개입에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평가절하를 유도하지 않겠다’는 작년 10월의 국제적 약속을 어겼다며 지적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협박’을 당하던 중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에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진 것이 현재 주식시장 급락의 원인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시각이다. S&P500 대기업 매출의 약 40%가 해외에서 이뤄져 약달러는 미국 기업 실적 개선에 ‘핵심’으로 작용한다.

그는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달러화 약세는 미국기업들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투자자들은 므누신 재무장관의 다보스 발언을 반겼는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수습과정 등을 보면서 미국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지속하다가는 자칫 2016년에 묻어뒀던 환율전쟁의 봉인이 해제될 수 있다”면서 “달러화 약세가 계속 이어질 수 없다면 미국의 기업이익도 기대만큼 증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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