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마블 스튜디오 최초의 흑인 히어로 ‘블랙 팬서’는 오락적인 재미와 현실과 맞닿은 메시지까지 담은 영화다. 그 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흑인 영웅에 최첨단 국가라는 배경을 더해 영화의 몰입도를 더한다.

‘블랙 팬서’는 와칸다의 국왕이자 어벤져스 멤버로 합류한 블랙 팬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가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둘러싼 전세계적인 위협에 맞서 와칸다의 운명을 걸고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는다.

티찰라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왕위에 오른다. 와칸다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왕이다. ‘블랙 팬서’는 불완전한 왕 티찰라가 최강 희귀 금속 비브라늄과 왕국의 국민들을 지키는 과정을 통해 ‘진짜 왕’의 성장기를 담는다. 특히 티찰라가 매력적인 이유는 캡틴 아메리카에 필적하는 신체 능력과 착한 성품, 아이언 맨을 능가하는 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역대 마블 히어로들 중 압도적인 스펙을 고루 갖춘 캐릭터다.

티찰라의 숙적은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다. 에릭 킬몽거는 티찰라의 왕위를 빼앗고 와칸다 왕국을 집어삼켜 전 세계적인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 에릭 킬몽거는 와칸다 왕국으로부터 버려져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빌런이지만 왠지 모르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절대적인 악역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매력적인 빌런이다.

티찰라의 옛 연인 나키아 역을 맡은 루피타 뇽 역시 남성 위주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펼친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확립하며 새로운 여전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블의 영화라면 빼놓을 수 없는 화려한 액션신 역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다. ‘부산 팬서’라는 별명이 생길 만큼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부산 로케이션 장면은 영화의 주요 액션 신으로 활용된다. 광안리 해변, 광안대교, 마린시티, 자갈치 시장 일대 등이 화면에 담긴다. 부산의 주요 랜드마크를 관통하며 액션신이 이어지지만 그리 화려한 장관이 펼쳐지지 않는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 역시 서울 촬영으로 화제가 된 바 있지만 미세먼지만 가득한 개발도상국처럼 담겨 관객의 실망을 자아낸 바 있다. ‘블랙 팬서’는 ‘어벤져스2’급은 아니나 부산의 아름다운 풍광만을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볼거리는 되려 와칸다 왕국에 다양하다. 와칸다라는 부족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부족들의 흥미로운 비주얼과 아프리카의 전통 문화를 녹여냄으로써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영화의 묘미는 와칸다의 폭포에서 펼치는 티찰라와 에릭 킬몽거의 대결이다.

‘블랙 팬서’는 스토리와 전개는 딱히 흠 잡을 데가 없지만 기존의 ‘아이언맨’·‘어벤져스’·‘토르’ 시리즈에 비해 정적이다. 스펙터클한 장면을 더 집어넣는 대신 티찰라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춘 연출이 돋보인다.

마블 영화 특유의 ‘떡밥’ 역시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말미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를 예고하는 장면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러닝타임 135분. 12세 관람가. 14일 개봉.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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