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종대 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끔, 아주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풍경이 느닷없는 새삼스러움으로 뒤통수를 탁 칠 때가 있다. 부산 제일의 명소 태종대에 서면 이렇다. 너무 유명해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볼수록 장쾌하고 멋지다.
영도 해안의 끄트머리가 바로 부산 제일의 경승지 태종대다. 부산은 가봤어도 영도는 잘 모르는 이들 많다. 그 유명한 자갈치시장 앞으로, 잘 알려진 ‘영도다리’ 건너 보이는 섬이 영도다.
영도다리도 명물이니 구경한다. 1934년 건설된 한국 땅 최초의 연륙교(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이자 아시아 최초의 도개교(상판이 열리는 다리)다. 도개는 1966년 9월 들어 멈췄다가 보수 공사 후 요즘은 다시 상판이 들린다.
영도 해안 따라 가면 태종대다. 여기 안 보면, 영도 안본 거다. 오륙도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해안 명승지다.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이 이곳 해안 절경에 심취해 한동안 머물며 과녁 세우고 활쏘기를 즐겼다. 그래서 이름이 태종대다.
일망무제의 바다와 등등한 기세의 기암을 실컷 구경한다. 이것들 어우러진 풍경이 어찌나 장쾌한지 보고 있으면 절로 입이 쩍 벌어진다. 늘 푸르고 싱싱한 해송이 여백을 메운다. 이 풍경 바라보며 딱 5분만 서 있으면 가슴 탁 트이고 정신 맑아진다.
눈 돌리는 곳마다 절승이지만, 영도등대 일대가 백미다. 왜구에 끌려간 남편 기다리다 돌이 된 여인의 망부석, 신선과 선녀들이 그토록 게으름 부리며 놀았다던 신선바위가 이 일대에 부려져 있다. 파도 부서지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서면, 하늘과 바다 사이 한없이 넓고 큰 기운 실감한다. 이 호연지기에 반해 신라 태종 무열왕이 이곳을 즐겨 찾았을 거다.
영도등대도 이름난 볼거리다. 1906년 세워져 100년 넘는 시간 동안 부산항의 길목을 밝혔다. 갤러리와 도서관, 해양영상관, 자연사전시실 등 각종 문화시설을 갖춘 개방형 해양문화공간으로 거듭났지만 곰삭은 시간의 향기는 여전히 푸근하다. 등대 불빛 은은한 초저녁 풍경이 참 곱다.
순환도로 따라 걸으며 태종대 일대 둘러본다. 순환열차도 있지만 걸을 수 있는 만큼 걷는 것이 더 운치가 있다. 꼼꼼히 둘러보기에도 걷는 것이 더 유용하다. 순환도로는 4.3km로 1~2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태종대는 해돋이 명소로도 잘 알려졌다. 가을 가기 전 가보지 못한다면 한해 마무리하고 새해 맞을 장소로 잊지 말고 기억해 둔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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