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윤여정은 청춘 부럽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 중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N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2‘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 미국 드라마 ’하이랜드‘ 파일럿 촬영을 마치기도 했다. 만 7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도전과 배움을 멈추지 않는 윤여정을 만났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석 달 동안 사투리 선생님과 합숙했다. 경상도 사투리는 네이티브 아니면 힘들다고 하더라. 그걸 모르고 덤벼서 후회가 되긴 했지만, 포기하기엔 이미 늦었었다. 애는 썼는데 할 때마다 선생님이 틀렸다고 하셔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글을 배우듯 열심히 연습했다.”

-이 영화가 자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어차피 만나야 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운명적으로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만나야 될 사람은 어차피 만나게 되는 것처럼 이 작품 역시 그렇게 내게 왔다. 왜, 타이밍이 안 맞아서 거절한 작품들도 많지 않나. 그렇지만 그 작품이 잘 됐을 때 ‘나한테 들어왔는데. 안 했어’라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거니까.”

-극 중 시한부 캐릭터라 연기하기 조심스럽지 않았나.

“연기를 할 때 늘 ‘이 사람이 나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사실 난 연기론도 없거든. 내가 만약 주인숙이라면 그냥 일상을 살 것 같다. 진태(박정민)는 아픈 아이고 조하(이병헌)에게는 빚진 게 많은 엄마다. 두 아들과 함께 기쁘고 슬픈 순간을 겪으며 죽었으니 여한이 없을 것이다.”

-이병헌, 박정민과 호흡은 어땠나.

“이병헌은 정말 여우같이 연기를 한다. 영리하다고 해야 할까. 본업인 연기를 참 열심히, 잘 하는 배우다. 박정민은 깊이 있는 연구를 거쳐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매사 진지한 청년 같았다. 어쨌든 나보다 연기를 잘 하는 두 후배를 만나 기뻤다. 참 예쁘더라.”

-캐릭터를 연기하며 느낀 감정이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끼치나.

“‘죽여주는 여자’를 할 때 정말 우울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배우들이 메소드 연기를 한다고 할 때마다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죽여주는 여자’를 하며 그 감정이 어떤 건지 알겠더라. 모텔 장면을 찍을 때 정말 괴로웠다. 내가 그 동안 몰랐던 세상을 이 나이에 파헤쳐서 알려고 하니 너무 힘들었다. 몸 파는 할머니의 사연을 알지 못한 채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비겁해지는 법이다.”

-‘윤식당2’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 중인데.

“너무 힘들다. 차라리 ‘윤식당1’이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촬영 이틀 째 되는 날 죽겠더라. 손님이 막 몰려오는데 주저앉고 싶었다. 내가 셰프도 아니니까. 그러다 정유미를 쳐다봤는데 얘도 넋이 나가 있었다. 서로 지친 상태에서 ‘영화 촬영이 낫지?’라고 물었더니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예능이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 같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능인 강호동과 유재석을 존경하기로 마음먹었다.”

-번외편 ‘신서유기 외전-강식당’도 봤나.

“한 두 번 봤다. 강호동이 요리하다 쥐가 났다고 했는데 난 오죽했겠나. (웃음) 그래도 사람이 많이 오는 게 낫긴 하다. 음식 장사를 조금이나마 해보며 음식점 사장들의 고충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요리가 취미가 됐는지 궁금하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불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아서 집에 와서 쭉 굶었다. 가끔 눈치 없는 친구들이 집에 와서 ‘윤식당’ 때 했던 요리를 해 달라고 하는데 정말 밉다.”

-‘윤식당’ 시즌3가 제작된다면 출연할 생각인가.

“제작진에게 입을 꿰매버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웃음) 사실 지금 ‘윤식당2’ 시청률이 너무 잘 나와서 겁이 난다. 초반에는 시청률이 낮다가 서서히 올라갔으면 했는데 느닷없이 첫 회부터 잘 나오니까 겁날 뿐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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