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가상화폐에 대해 자금세탁 방지 등 안전장치를 갖춘 취급업자(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계좌를 개설해주도록 은행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 폭락을 내기하자고 하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20일 최 원장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의 '정상적 거래'는 지원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 등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들과 만났다"면서 "이들에게 금융상품이든 가상화폐든 자율규제 차원에서 거래가 정상화되면 서포트(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자금세탁 방지와 실명 거래 시스템 등 규제로 가상화폐 시장을 억누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불공정거래, 자금세탁, 이것들은 어디든 있는 것"이라며 "정상 거래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그는 또 "가상화폐 바탕이 되는 블록체인을 금융권이 활용하는 건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면서 "일부 시중은행이 실명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지 않는 데 대해 (거래를 허용토록) 독려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시스템을 충분히 갖춘 은행들은 가상화폐 실명 계좌를 자유롭게 개설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은행들은 정부 눈치를 보면서 이른바 4대 거래소로 꼽히는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네 곳에만 가상계좌가 제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 원장은 "시중은행 중 신한·농협·기업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소 4∼5곳과 (거래)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더 하도록 해야 한다"며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당국 눈치를 보지 말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럽게 최 원장의 가상화폐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면서 정부의 입장이 다소 변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겠다는 의사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국세청과 민간 전문가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상화폐 과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과세가 제도화로 볼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세종시 국무조정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직원의 가상 화폐 부당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을 겪었다. 이 직원은 여전히 대기발령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국민위원회는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 '가상통화 관련 행동강령' 공문을 보냈고 금감원도 이를 '임직원 행동강령'에 반영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최 원장은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선임은 전적으로 자율이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고도 전했다.

금감원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실태점검 중 지주 회장을 비롯한 대표이사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서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참여하고, 이들 사외이사가 대표이사 연임을 결정하는 '셀프 연임'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또 사외이사들이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를 추천할 때 구체적인 심사 절차가 갖춰져 있지 않고, 경영진에 대한 성과보수 이연지급분에 대한 환수규정도 제대로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최 원장은 "사외이사 및 경영진의 선임과 경영 판단에 대한 자율성은 전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자격을 갖춘 금융회사 경영진이 건전한 조직문화 및 내부통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그러면서 "금융회사의 고의적인 자료제출 지연, 허위자료 제출 등 검사 방해 행위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엄정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의 채용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제2금융권은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보다 민간회사 성격이 크므로 우선 내부 고발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