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하니까 한다' 나홀로 국가대표들
'아무도 안 하니까 한다' 나홀로 국가대표들
  • 김정희 기자
  • 승인 2018.02.21 07:17
  • 수정 2018-02-22 08:52
  • 댓글 0

박제언(왼쪽부터), 김경은, 박규림/사진=연합뉴스.
박제언(왼쪽부터), 김경은, 박규림/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주변의 만류에도 자신의 소신을 믿고 바다로 나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동계 스포츠는 신대륙 발견을 위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선구자를 자처한 이들이 평창 무대에서 ‘나홀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인 노르딕 복합과 프리스타일 스키의 세부종목인 여자 에어리얼, 여자 스키점프에서 각 1명뿐인 국가대표들이 분전하고 있다.

박제언(25)은 노르딕 복합의 유일한 국가대표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노멀힐 개인 10km와 라지힐 개인 10km 종목에 출전했다. 노르딕 복합은 스키를 타고 장거리를 달리는 크로스컨트리스키와 스키점프를 복합한 종목이다. 2가지 종목을 동시에 숙련시켜야 하기 때문에 힘이 두 배로 든다. 자연스레 훈련량도 두 배이고 더 다양한 능력치를 단련해야 한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일반인이 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난이도 높은 종목으로 총 21개 정식 종목 중 노르딕 복합을 꼽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제언이 노르딕 복합을 선택한 이유는 ‘아무도 하지 않아서’이다. “어릴 때부터 특별한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4년 전 이름도 생소한 이 종목에 매력을 느꼈다. 초등학교부터 크로스컨트리스키 국가대표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크로스컨트리스키를 탄 박제언은 스키점프로 전향했다가 둘을 합친 노르딕 복합 선수를 자처했다. 지난 2013년 8월에는 평창올림픽에 동갑내기 김봉주와 함께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김봉주는 마라톤처럼 지구력이 필요한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결국 박제언은 홀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경은/사진=연합뉴스.
김경은/사진=연합뉴스.

김경은(20)은 한국 최초의 여성 프리스타일스키 에어리얼 국가대표다. 이 종목의 한국 선수는 통틀어 3명뿐이다. 김경은 외 두 선수는 남자 선수인 김남진(22)과 윤기찬(23)이다. 김경은은 2016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월드컵에서 6위에 올라 30위까지 주어지는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유일하게 따냈다. 에어리얼은 스키를 타고 공중 곡예를 선보여 점수를 얻는 방식으로, 동작의 완성도와 안정적인 착지가 점수에 반영된다. 김경은은 12년간 기계체조를 하다가 양학선을 지도한 조성동 감독의 제안으로 ‘설원의 기계체조’로 불리는 이 종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규림/사진=연합뉴스.
박규림/사진=연합뉴스.

한국 최초의 여성 스키점프 선수 박규림(19)은 한국 스키점프 1세대의 성공기를 담은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이 종목에 매료됐다. 그는 “오직 자신의 힘으로만 스키를 타고 허공을 날아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 6년 만에 자력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지난 12일 노멀힐 개인전에서 35명 중 최하위로 예선 탈락했지만 도전 자체에 만족했다.

홀로 국가대표로 사는 것은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다. 성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세 사람은 공통적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김경은은 지난 15일 예선을 최하위(25위)로 마친 뒤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에 태극 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출전하게 돼 영광”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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