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극연출가 이윤택, 배우 오달수, 조민기, 조재현/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이성봉] 최근 연극연출가 이윤택을 비롯해 배우 오달수, 조민기, 조재현 등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문이 일고 있지만 이들의 성폭력 의혹은 아직 법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은 상태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공소시효도 따져봐야

미투(Me Too) 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 사건 대부분이 권력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업무상 위력에 의한'이란 조건이 붙은 추행이나 간음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위력에 의한'이란 말에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반면, 위력에 의한 추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하다. 강간죄도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이윤택은 작품 속 배역을 손에 쥐고 배우들을 흔들었고, 교수이자 유명 배우인 조민기는 학생들의 성적과 방송 출연 기회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성범죄 사실관계와 함께 업무상 위력 여부만 확인되면 이 두 사람은 기소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공소시효'에 따라서도 처벌 가능성이 달라진다. 이윤택 사건의 경우 대부분 2001~2010년에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당시는 형소법 개정 전이라 강간 공소시효도 7년으로 적용된다.

반면 조민기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피해가 발생한 시점은 모두 조 씨가 청주대에 부임한 시점이 2010년 이후다. 피해자 대부분 2009~2013년 입학한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다. 2007년 말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강간ㆍ강제추행의 경우 10년이며 특수강간 15년, 특수강도강간은 25년이다.

최단비 변호사는 연합뉴스TV에 "이제까지 밝혀진 대부분 사건들은 기간이 오래 전 사건이었다. 그런 것들은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을 못했다. 지금은 친고죄가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고소가 없어 처벌을 못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드러난 사건들은 친고죄가 없어진 2016년 이후 사건들이 있다. 이제 법적 처벌이 가능한 사건들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혐의 입증 못하면 무고죄, 사실 폭로해도 명예훼손죄로 고소 당할 수도

피해자가 존재하지만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무고죄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단비 변호사는 "미투 운동 뿐 아니라 직장내 성범죄를 보더라도 처벌이 분명히 가능한 사건을 고소했는데 오히려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를 당한 경우가 있다"면서 "피해자 진술 외에는 성범죄는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이 나면 무고죄로 고소 당할 수 있다"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실이더라도 그것을 SNS 등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명예훼손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형법 307조는 거짓말뿐 아니라 사실을 적시했을 때도 명예훼손 여부를 따진다. 명예훼손이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금고 혹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국내 미투운동의 도화선이 된 서지현 검사 역시 “명예훼손 피소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표현’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법원의 공공 이익에 대한 판단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린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피해를 고발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물으며 이같이 밝혔다. 금 의원은 “피해자들이 미투(Me too)운동을 하면서 고민하는 게 명예훼손 처벌”이라며 “이런 현상 때문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미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이사는 조선일보에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벌금형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벌금 액수보다 성범죄 피해자들이 조사 받으러 다니며 ‘2차 피해’를 입는 것이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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