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물가 상승에 깊어지는 시름

[한스경제 변동진]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등 시간·기간제 근로자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이젠 알바가 갑이다.”

정부가 1월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시행한 가운데, 카페를 비롯해 음식점과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영세사업자들 입에서는 이같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과 6,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상승했지만, 이에 따른 물가 상승과 부대비용 등을 고려하면 개인사업자에 돌아가는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취재진은 최근 오피스 지역이 밀집된 서울 강남과 경기도 판교 일대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 이들을 찾았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퓨전 일식집. /변동진 기자

정부는 1월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올렸다. 직전 대비 16.4%나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영세업자들 사이에선 연일 불만의 목소가 나오고 있다. 알바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주휴수당과 4대 보험, 식대 등 각종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고용주가 부담해야 할 액수는 시간당 9,000~1만원까지 치솟는다.

실제 강남 신사동에서 49.59㎡(약 15평) 규모의 퓨전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0, 남) 씨는 “최근 고용한 알바 중 3개월도 채우지 않고 그만두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요식업계 진출하기 전까지 8년간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외국계 담배회사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다음은 김 씨의 주장이다.

“일식집은 시급 8000원을 제시했지만, 아직 알바를 구하지 못했다. 오픈 한 달이 지났지만 깜깜무소식이다. 지난 2015년 동대문에 퓨전 탕수육 판매를 시작으로, 지난해 이수역 인근(배달 전문점)과 잠실 인근에서 각각 매장을 오픈했다. 해당 업소들 기준 그간 스쳐간 알바는 헤아릴 수 없다. 요리를 하는 곳 특성상 다양한 이들을 고용했다.

40대 여성은 하루 일하고 그만뒀다. 50대 가장과 중국인 동포 역시 3개월 버티지 못했다. 가장 곤란한 건 어린 청년들이다. 사장 입장에서 휴식이나 식사 등 많은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급 100원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심지어 사장의 성향까지 비교하더라. 이들 특징을 보면 주변 친구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게다가 몸 편하고 시급 많이 주는 이른바 '꿀알바'만 찾는다. 힘들게 일을 가르치면 나가니… 사실상 이젠 알바가 ‘갑’이다.”

판교 오피스 밀집 지역에 위치한 A카페. /변동진 기자

벤처와 IT, 바이오기업 등이 밀집돼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판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씨(33, 남) 역시 이와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는 “출근 전날이나 직접에 갑자기 ‘그만 다니겠다’는 통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며 “최소한 대체 인력을 구할 때까지 우리에게도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 매장은 45평(148.76㎡) 정도다. 오피스 상권이기 때문에 출근과 점심시간 때 손님이 몰린다”며 “특히 식사를 마친 이후는 저와 직원 1명 알바 2명이 근무해도 일손이 모자르다”고 설명했다. 또 “갑자기 한 명이 그만두면 큰 손해를 본다”면서 “일각에선 ‘요즘 인권비를 생각하면 오히려 남지 않냐’는 사람도 있지만, 차라리 알바 두 명 고용해서 커피 10~20잔 이상 판매하는 게 더 이득이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을 고려하면 개인사업자의 그늘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를 0.5%포인트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같은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임대료와 인건비, 배달수수료 등이 올라 경영난이 가중된다는 가맹점주들의 입장을 외면하기 어렵다”면서 “국민야식 ‘치킨’은 다른 품목에 비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이 훨씬 크다. 근본적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치킨 한 마리 2만 원대 진입은 먼 미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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