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정영채 NH투자증권 부사장(IB사업부 대표)이 이번에도 실세 동생을 등에 업은 상대와 차기 사장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지난번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22일 회의를 열고 차기 사장 후보 숏리스트(최종후보군)를 확정했다. 숏리스트는 내외부 인사 3명씩 총 6명으로 구성됐다. 김원규 현 사장과 정영채 부사장, 김광훈 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등 내부 출신 3인이 나란히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외부인물로는 조한홍 전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기업RM 대표가 포함됐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부사장(IB사업부 대표)(왼쪽), 조한홍 전 미래에셋증권 기업RM 대표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 부사장과 조 전 대표의 2파전 양상으로 보고 있다. 정 부사장은 투자은행(IB) 분야에서 최고의 영향력과 전문성을 지닌 ‘1세대’이자 1인자다. 그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를 맡고 있다. 7~8위권이었던 이 회사 IB 부문을 수년 만에 업계 1위로 끌어 올려 김 사장에 이은 차기 사장으로 적임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하지만, 조 전 대표가 끼어들면서 이번 사장 인사가 다시 정치권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전 대표는 럭키증권(현 NH투자증권)과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등에서 채권 운용을 주로 하다가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을 거쳐 2000년 미래에셋증권 채권본부장으로 입사한 후, 퇴직연금컨설팅 부문장, 퇴직연금사업단 대표, 미래에셋생명 법인영업 총괄사장 등을 지냈다.

조 전 대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같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지난해 IBK투자증권 사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사실 정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 사장 선임 때도 김원규 사장과 2파전을 벌였었다.

이번에도 조 전 대표가 사장 후보로 올라오자 위에서 사장 자리를 낙점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사장과 마찬가지로 조 전 대표도 친동생이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조 비서관은 이미경 새정치연합 의원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국무총리 비서관,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부의장, 안희정 충남도지사후보 선대위 대변인 등을 지냈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가 49.1%의 지분을 갖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다. 조합장 선거로 당선되는 농협중앙회장과는 달리 농협지주회장은 2012년 출범 당시 임시로 3개월간 직을 맡았던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고 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현 회장까지 모두 관료 출신이다.

이에 농협지주 자회사에 대한 정치권 영향력 행사 여부가 논쟁거리가 됐다. 이번에는 정 부사장이 실세 동생을 등에 업은 라이벌을 딛고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사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만 정 부사장과 조 전 대표, 두 사람 사이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NH투자증권 임추위는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거쳐 오는 6일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22일 주주총회에서 이를 의결한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