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장승조는 MBC 종영극 ‘돈꽃’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데뷔 14년차인 장승조는 이미 뮤지컬계에서 스타다. ‘쓰릴미’ ‘셜록홈즈’ ‘블라드 브라더스’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무대 경험을 쌓았다. 2014년 ‘신의 퀴즈 시즌4’로 안방극장에 발을 들인 후, 3년여만인 ‘돈꽃’을 통해 주목 받았다. 극중 강필주(장혁)의 복수에 이용당하는 재벌 3세 장부천 역을 맡아 열연했다. 대선배 장혁과 이미숙의 카리스마에 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훈훈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박세영, 한소희 등과 수위 높은 애정신이 많았지만, 아내 린아의 “제대로 하라”는 조언에 힘을 냈다고. 곧 아빠가 되는 장승조는 “벌써부터 떨린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장부천 역에 어떻게 캐스팅됐나.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됐다. 이명희 작가님이 내 공연과 전작 ‘훈장 오순남’을 봤다고 하더라. 내가 눈빛으로 ‘장부천 할 수 있다’ 말하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 작가님이 부천이 부분을 대본으로 쓸 때 눈물이 나서 많이 힘들었다고 얘기해줬다. 그만큼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잘 써줘서 감사했다.”

-재벌 3세 캐릭터가 이질감이 없었다.

“실제로 재벌이 아니다보니 부담됐지만, 여유로움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 했다. 대사 중에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가 문제’라는 대사도 있었다. 장난기 있는 모습은 부천과 비슷하다. 바람둥이 성향은 실제와 전혀 다르다(웃음).”

-스타일도 꽤 신경 썼을 텐데.

“이미숙 선배가 조언을 많이 해줬다. ‘배우는 입은 옷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고 하더라. 스타일리스트가 단순히 준비해서 입혀주는 옷이 아닌 스스로 캐릭터와 상황에 맞게 설정하고 만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스타일리스트와 의견을 많이 나눴다. 극적인 변화가 있을 때 앞머리를 올렸는데, 나락으로 떨어져서 다시 내리는 등 세세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이미숙 카리스마에 기 눌린 적은 없나.

“기에 눌린다기보다 이미숙, 이순재 선배들이랑 함께 연기하니까 초반에 긴장되는 부분이 있었다. 워낙 편하게 해줘서 어렵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도 조언을 많이 해줬다. 나중에는 이미숙 선배에게 ‘엄마~’라고 불렀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줬다.”

-장혁과 대립할 때 밀리지 않았다.

“혁이 형 덕분이다. 처음에는 ‘내가 장혁 형님이랑 연기하다니!’ 설레고 떨렸다. ‘승조야 어디살아?’ 라면서 먼저 말 걸어주고 편하게 해줬다.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하면서 배려해주고, 후배가 하는 연기를 다 받아줬다. 형만의 개그코드가 있다. 정말 재미있고 고민도 잘 들어준다. 닮고 싶은 선배 1위다. 오래 배우생활을 하기 위해 본인이 해왔던 방법, 내가 갈 방향성, 작품을 대하는 태도, 인물을 고민한 흔적 등 배운 게 정말 많다.”

-박세영, 한소희와 수위 높은 장면 꽤 있었는데. 아내 눈치 안봤나.

“아내도 무대 위에서 이런 장면을 많이 보여줬다. 오히려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하더라. 방송에서 이렇게 키스해본 적이 처음이다. 세영이랑 하루 걸로 하루 걸로 키스신이 있었다. 촬영 초반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장부천이다’ 생각하고 몰입했다.”

-김희원 PD만의 특별한 점을 꼽으면.

“굉장히 섬세하다. 이 인물이 어떻게 가야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 자유롭게 놀 수 있게끔 해줬다. 배우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걷어낼 건 걷어내고 보출찰 건 또 보충해줬다.”

-‘명품 막장’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갑자기 편성이 토요일 2회 연속으로 났지만, 김희원 감독님이 ‘재미있게 만들면 시청자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감독님이 쉽게 인물을 죽여서 이슈화시키고 싶지 않아 했다. 요즘은 막장 소재도 그러려니 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배우들도 연기하기 편하다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슈를 만들기 위해 막장 소재를 남발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배우로서 연기하기도 쉽지 않다. ‘돈꽃‘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MBC에서 전혀 귀띔을 안 해주더라. 기대했다가 실말 클까봐 시상식 때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가자’라고 마음먹었다. 첫 시상식 참석이었는데, 예전부터 준비한 수상소감이 있었다. 상을 받으면 내 사부이자 멘토인 조한철 형에게 고맙다고 꼭 얘기하고 싶었다. 연기할 수 있게끔 옆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 정신적인 지주다. 형이 ‘정말 축하한다. 눈물났다’고 하더라. 작품에 캐스팅 돼도 바로 전화해서 알리곤 한다. 물론 아내보다 먼저는 아니지만 그 다음이다.”

-언제 인기를 실감하나.

“촬영하는 동안은 실감하지 못했다. 식당이나 포상 휴가 때 공항 갔을 때 조금 느꼈다. 이순재, 장혁 선배와 같이 있으니까 ‘부천이구나!’라고 조금 알아봐준 것 같다. 시청자 반응 중에는 ‘부천이 죽으면 안 된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그만큼 캐릭터를 사랑해준 것 아니냐. 나에 대한 애정이 담겨져 있는 거니까. 감사했다.”

-뮤지컬로 오랜 경험 쌓았는데.

“작년에 ‘더 데빌’이 3년 만의 공연이었다. 무대에 서는게 굉장히 행복했다. 지금도 공연을 하고 싶다. 다 내 자산처럼 남아있다. 드라마와 공연을 병행하는게 쉽지 않지만, 주어진 거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아내 린아씨가 임신 중이다. 아빠 되는 소감은.

“지금도 설렌다. 아내가 임신한지 세 달 정도 됐는데 신경을 많이 못 써줬다. 계속 촬영하고 포상휴가, 인터뷰 등 스케줄이 계속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아내가 많이 섭섭해 한다. 최대한 시간을 많이 내서 아내와 함께 보내려고 한다. 미안하고 고맙다.”

-어떤 배우로 불렸으면 좋겠는지.

“그건런 없다. 어떤 장르 혹은 캐릭터를 할지 모르겠지만 나만의 매력으로 잘 해내고 싶다. 똑같은 역할도 배우마다 다르게 표현하지 않냐. 무대 경험을 살려서 내 매력을 맛있게 요리하고 싶다. 내 매력? 진실 되게 연기하는 것 아닐까. 진짜로 하고 싶다. ‘주어진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가?’ 스스로 질문을 많이 던진다. 수많은 질문에 대한 느낌표는 있었는데 마침표는 없었다. 질문을 계속 하면서 찾아가고 있는데, 답조차도 계속 질문으로 끝난다. 아직 물음표지만 마침표 맺혀질 때 까지 연기하고 싶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