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이성봉] 박근혜 정부의 불법 보수단체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측이 첫 공판에서 “일반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의 사건 심리를 위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현재 블랙리스트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전경련이 과거부터 해오던 일에 대해 청와대의 의견을 건넸다. 그 중 일부만 지원이 이뤄진 것인데 일반적인 협조 요청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의 종북·좌파 척결지시로 소위 화이트리스트라고 불리는 이 사건과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사건이 이뤄졌다"며 "둘은 포괄일죄로 다뤄야 하며 블랙리스트로 처벌 받으면 이 사건으로는 처벌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 측도 “김 전 실장 측이 주장한 내용과 거의 유사한 취지로 다툰다”고 말했다.

반면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정관주 전 국민소통비서관 측은 “개략적인 부분은 모두 인정하지만, 법률적으로 다투겠다”고 했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친박계 인사들을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구에 공천시키고자 불법 여론조사를 한 것과 관련, 선거 비용 중 5억원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혐의로 기소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후임 정무수석으로 일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직접 법정에 나와 “변호인을 선임한 후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조윤선 전 수석의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오도성 전 국민소통비서관 측은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는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 박 전 수석, 신 전 비서관 등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정식 재판이 개시되기 전 절차 등 사항을 정리하는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음 준비기일은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편,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1월23일 2심 재판에서 보다 무거운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조 전 장관은 같은 재판의 1심에서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판단을 받고 단지 국회 위증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블랙리스트 혐의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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