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부터 입장대기…4시간 대기는 ‘기본’
인근 교통마비, 중도금 대출 안 돼 잘 따져봐야

[한스경제 최형호] “거기 무슨일 있어요? 아침부터 몇 번을 왔다갔다 했네요.”

16일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이 있는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쪽으로 가자고 하자, 택시기사로부터 되돌아온 말이다. 이 택시기사는 이날 오전에만 이곳에 오는 10명의 손님을 태웠다고 했다.

도착하자 이 일대는 수많은 인파로 인해 교통 혼잡을 빚었다. 목적지로 갈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와 사람이 한 대 뒤엉키는 바람에 인근에 내려야 했다. 대기줄만 어림잡아 1Km는 족히 돼보였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19일 특별공급을 거쳐 21일 1순위 청약을 받는다. 한스경제DB.

오전 9시, 신호등 건너편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계속 이어졌고, 좁은 길을 가로지를 틈이 없어 5분거리의 견본주택을 20분만에 도착해야 했다.

“언덕으로 올라오면 뒷문에 샛길이 있어요. 취재하시려면 그쪽으로 오셔야 해요.”

현대건설 관계자에게 전화를 하니, 견본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줬다. 안전요원에게 기자 명함을 보여주고 샛길로 들어가 디에이치자이 개포 프레스킷을 받기 위해 잠깐 기다리는 동안, 견본주택 앞도 수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이다.

당첨만 되면 수억의 시세차익이 발생해 ‘로또 아파트’라 불리는 디에이치자이 첫인상은 수많은 사람이 탐내는 아파트라는 느낌이다.

사진=한스경제DB.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다.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1,996가구를 짓고, 이 중 1,690가구(전용 63~176㎡)를 일반분양한다. 19일 특별공급을 거쳐 21일 1순위 청약을 받는다.

이 단지는 3.3㎡ 당 분양가가 4,160만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이 단지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4,200만원대 중반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는 과정에서 가격이 내려갔다.

면적 대에 따라 최저 9억8,000만원(전용면적 63㎡)~최대 30억6500만원(176㎡)에 이르는 고가 아파트지만, 앞서 분양된 인근 단지의 분양권 가격과 비교하면 6억~7억원 정도 낮다.

실제 인근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 2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분양권 시세는 84㎡가 최대 20억~21억 원대에 이른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84㎡ 분양가는 12억4900만~14억3100만 원대다.

역으로 계산해보면 분양을 받으면 기본적으로 6억~7억원은 프리미엄이 형성되기 때문에 로또 아파트라고 불리게 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고 “반드시 청약해야 겠다”는 실제 청약자들이 이곳에 몰린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추세라면 주말까지 대략 8만명 정도가 다녀갈 것이라 추산했다. 약 8만여명과 이후 다녀갈 방문객까지 생각한다면 소문만 무성했던 ‘10만 청약설’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 수요층들도 다양했다. 젊은층부터 중장년 층과 가족단위의 사람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이곳으로 몰렸다. 대기줄은 새벽부터 이어졌다. 이곳에 다녀간 이들에 따르면 견본주택이 열리기 5시간 전인 새벽 4시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견본주택을 둘러볼 수 있는 인원을 대략 시간당 1,000여명으로 제한했고, 방문객이 나오면 들어가는 식으로 진행됐다.

수요자가 밖에서, 견본주택 주위에서, 내부를 둘러보는 시간까지 합한다면 어림잡아 4시간 정도는 기다려야했다.

실제 견본주택 밖에도 수많은 대기자들이 나눈 말들을 종합해보면 “팜플랫좀 봅시다. 팜플랫이라도 밖에서 나눠주면 이렇게 헛수고는 안 할 거 아닌가.” “중도금 대출 안 되는 거죠? 청약만 당첨되면 기본적으로 몇억은 오를텐데…” “미계약 물량이 있으려나…지금으로 봐선 없을 것 같은데” 등 반드시 청약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묻어나 보였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조사결과 예비 청약자의 70%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였고, 미계약 물량이나 부적격자 물량 등 잔여분 추첨에 관심을 갖고 경기, 부산, 대구,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분양 일정, 청약 자격 등의 문의가 쇄도했다.

또한 이번 견본주택에서는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았는데, 그만큼 투자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상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부에는 1층에 전용 63B㎡, 84D㎡ 두 종류, 2층에 84B㎡, 118A㎡, 173A㎡ 세 종류 등 5개 타입의 견본주택이 마련됐다.

특히 일반분양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전용 84㎡ 타입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려 내부를 둘러보려면 다시 30분가량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사진=한스경제DB.

현장에서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용적률과 건폐율이 높아 쾌적한 주거환경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1층과 2층에 마련된 상담석에는 “중도금 대출 안 되나”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어어졌다.

한 상담사는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HUG의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문객들이 물어본 것으로 생각된다”며 “아무래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면, 청약하는데 있어 많은 걸림돌로 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적률(339%)과 건폐율(29%)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용적률과 건폐율은 각각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과 바닥면적 비율이다. 통상 업계예선 두 비율이 높을수록 면적에 비해 가구 수가 많아 주거 쾌적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아파트 동간 간격이 좁아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 용적률의 경우 재건축 단지는 대개 250~300% 정도다.

가족단위로 온 한 방문객은 “건폐율이 높다는 것은 아파트 동간 간격이 좁다는 얘기인데, 아무래도 사생활 적인 면에서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인데, 전망이 한강변이 아닌 점은 단점”이라며 “집의 시세가치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집이지만, 실수요로 거주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당첨자 중 청약 가점을 높일 목적으로 위장 전입을 한 가구를 거르기 위해 강남구청과 함께 부양가족 수 점수가 높은 당첨자의 실거주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견본주택 앞과 내부 곳곳엔 위장 전입을 직권조사해 처벌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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