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신소율은 누구보다 솔직했다. 어느덧 데뷔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신인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질문 하나하나 성심 성의껏 답하며 털털한 매력을 드러냈다. 2012년 tvN ‘응답하라 1997’(응칠)로 얼굴을 알려 인생작으로 꼽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였다. ‘응칠’로 자신의 매력을 많이 알릴 수 있었다면서도 “SBS ’그래, 그런거야’ 의미가 남다르다. 김수현 작가와 다시 한 번 호흡 맞추고 싶다”고 털어놨다. 최근 종영한 KBS2 ‘흑기사’는 ‘응칠’ 처럼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새로운 변신을 하는 계기가 됐다. 극중 정해라(신세경)의 절친이자 청담동 패션 편집샵 대표 김영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소위 금수저로 철이 없지만, 사랑하는 남자 박곤(박성훈)을 위해선 모든 것을 바치는 순애보의 면모를 보여줬다. SBS 수목극 ‘키스 먼저 할까요?’에선 안순진(김선아) 동생 안희진 역으로 출연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흑기사’는 어떤 작품으로 남아있나.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인 엔딩이었다. 원래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데, ‘흑기사’는 한국적인 판타지 느낌이 강했다. 샤론(서지혜), 장백희(장미희) 등 마녀가 돼 늙지 않고 사는 게 축복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저주이지 않았냐.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강렬했다.”
 
-패션 편집샵 대표 영미를 연기했다.
“부잣집 딸 역은 해본 적이 있는데, ‘트렌드 세터’라고 하니까 부담스럽더라. 화려하기보다 소탈한 이미지가 강해서 ‘이상하게 보이면 어떠하지?’ 고민했다. 1년 동안 머리를 길러서 웨이브로 화려한 느낌을 줬다. 고급스러우면서 특이한 옷을 주로 입었다. 스타일리스트와 회의도 많이 했다.”
 
-영미는 금수저였는데.
“금수저로 살아본 적은 없지만, 외동딸이라서 형제들한테 치이지 않았다. 부모님이 챙겨줄 건 다 챙겨줬다. 연예계 일을 하다 보면 기죽고 눈치 볼 일이 많으니까 처음부터 당돌하게 나가야 무시 안 당할 것 같더라. 신인 때부터 통통 튀고 당당한 이미지를 만드니까 성격도 변했다. ‘철 없다’는 소리 들을 때도 있었는데, 그런 시기를 거치다 보니 영미 캐릭터도 잘 조절할 수 있었다.”
 
-박곤 역 박성훈과 연인 연기 호흡은 어땠나.
“첫 리딩 때 실물 보고 놀랐다. 얼굴이 너무 작아서 ‘투샷 어떡해’ 걱정했다. 키도 크고 정말 멋있다. 약간 냉미남 느낌이라고 할까. 박훈은 영미한테 차가운 캐릭터니까 촬영하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점점 사라졌다. 너무 차갑게 대해서 연기에 몰입이 잘 됐다. 실제론 정말 재미있다.”

-다섯 살 아래 신세경과 동갑 친구로 나왔는데.
“실제로 얼굴을 가만히 뜯어보면 주름도 많이 보인다. 친구들도 이제 다 아줌마다. ‘응칠’ 이미지가 커서 동안으로 봐주더라. 단발머리를 탈피하니까 내 나이가 보이는 것 같다. 실제로 세경이랑 옆에 있으면 확 언니 같은데 조명 덕을 봤다. ‘뿌리깊은 나무’ 때도 같이 궁녀로 출연해서 갭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세경이가 피부도 통통하고 아기처럼 귀엽지 않냐. 나도 살을 조금 찌우고 처음으로 머리도 기리는 등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김래원에 빠진 여성 시청자들이 많았다.
“오며 가며 마주칠 법도 했는데 실제로 처음 봤다. 목소리부터 먹고 들어가는 게 있지 않냐. 김래원 선배는 상대 여배우를 예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세경이가 정말 예뻤다. 김래원 선배가 사랑스럽게 바라보는데 설레지 않을 사람이 있겠냐. 진짜 흑기사 같았다.”
 
-전개 등 아쉬운 점은.
“‘흑기사’는 과도기적인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판타지 장르에 한국 드라마 특유의 감성을 잘 버무리지 않았냐. 시간이 조금 지나면 평범해 보일 수 있는데 지금은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샤론(서지혜)이 마녀지만 허당기가 있지 않았냐. 블랙 코미디 요소가 시청자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았을 수 있다.”
 
-서지혜가 연기한 샤론 역 맡았다면.
“내가 샤론을 연기했다면 느낌이 완전 달랐을 거다. 지혜 언니는 이목구비가 주는 포스가 있지 않냐. 딱 봐도 뭔가 홀릴 것 같은 마녀 같은 이미지가 있다. 나는 조금 더 천방지축 마녀의 모습을 보여줬을 것 같다.”

-‘흑기사’ 이어 바로 ‘키스 먼저 할까요’ 촬영에 들어갔다.
“다작이 목표는 아니다. 스무 살에 데뷔해 스물 여섯 살 때 신소율로 이름을 바꾸고 조금씩 잘 되기 시작했다. 매일 오디션 보고 떨어지면서 상처 받다가, 이름 바꾸고 ‘응칠’ 계기로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기회가 생겼을 때 놓치고 싶지 않더라. 6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드라마를 했다. 최근 1년 정도 쉰 게 가장 오래 쉰 거다. 계속 하다 보니까 내가 생각해도 변화가 없는 것 같더라. 연극, 독립·옴니버스 영화에 출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TV에 안 나오니까 다들 쉬었다고 생각하더라. 오랜만에 ‘흑기사’로 TV 출연했는데, 영미 캐릭터가 아쉽다고 생각할 때쯤 ‘키스 먼저 할까요’ 제안이 왔다. 희진은 부각되는 캐릭터도 아닌데,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더라. 그래 그런거야’ 손정현 PD가 제안을 줘서 흔쾌히 출연하게 됐다. 감우성 선배의 팬이기도 하다.”
 
-예능 출연 욕심은 없나.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스무 살 때부터 연기 쪽에만 있다 보니까 또래들보다 생각의 폭이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능에 자주 출연했는데 이때 한말 다르고, 저 때 한말이 다르더라. 진지한 토크쇼는 자제하고 싶다. 아직 내 가치관이 정립 안 된 상태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얘기하는 경우가 많더라. 시간이 지나서 ‘내가 왜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 후회하게 됐다.”
 
-신원호 PD, 김수현, 김인영, 배유미, 이우정 작가 등 스타 PD 및 작가와 호흡 많이 맞췄는데.
“김수현 작가님 작품에 다시 한 번 출연하고 싶다. 2016년 SBS ‘그래, 그런거야’에서 만났을 때 정말 영광이었다. 오래 톱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작가님의 글은 다른 게 있더라. 워낙 대사도 어려웠지만, 선생님들한테 많이 배웠다. 일상적인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 가족극 만의 장점이다. 요즘 친구들이 보면 올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트렌디함은 놓지 않아야 하지만 지금 내 나이 대에 추구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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