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한때 ‘금란’으로 불렸던 계란 가격이 메추리알 수준으로 하락했다. 최대 70% 이상의 인하 폭으로 소비자 부담은 낮아졌지만 산란계 농가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을 기준으로 계란 한 판의 가격은 평균 4,718원으로 집계됐다.

AI가 발생했던 지난해 11월 5,800원대를 찍었던 계란값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달 초 5,100원으로 조정됐다. 지난 8일부터는 4,000원대로 내렸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매장에서는 계란 한 판에 3,530원대까지 등장했다.

산지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특란 10개의 가격은 작년(1,795원)보다 45.8% 하락한 973원으로 산지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계란값 하락세는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AI가 대대적으로 퍼졌던 해마다 계란가격은 고공행진했다. AI 피해 규모가 두 번째로 컸던 2014년은 발생 당일인 1월 16일 평균 4,600원 하던 계란 한 판 가격이 1주일 후 5,100원으로 올라 한동안 유지됐다.

역대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던 2016년 11월부터 작년 4월에는 산란계 2,518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작년 11월 17일 AI 발생 이후 이달 현재 5개 시·도 13개 시·군에서 피해가 났다. 살처분된 가금류 마릿수는 예방적 살처분을 포함해 123개 농장 580만4,000마리다. 지난 피해에 비해 적은 수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란값이 떨어지는 것은 산란계 마릿수 자체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축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작년 하반기 들여온 전국 곳곳의 병아리가 작년 말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면서 산란계 마릿수는 작년 1분기 5,160만8,000마리에서 4분기 7,271만 마리로 40.9%(2,110만2,000마리)나 확대됐다.

AI 피해가 거의 없었던 2010년(6,169만1,000마리)에 비해도 17.9%(1,101만9,000마리)나 늘어난 셈이다.

산란용 노계를 계속 키우는 것도 계란값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개당 소비자 가격이 70∼100원인 메추리알보다 계란이 비싸기는 하지만 사료비나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수지가 메추리알에 미치지 못한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축산당국은 산란 노계를 도태시키는 방향으로 계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세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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