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994년 이후부터 '옥외집회·시위 사전신고제' 합헌 유지

[한스경제 변동진] "일부 사업자들이 외부집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적인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부정적인 영향만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2일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임대료 인하와 관련해 '새로운 안'을 발표하면서 집회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실질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집회 철회 압박'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SM, 엔타스, 시티플러스, 삼익 등 중소·중견면세점 4개사 직원들은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앞에서 임대료 인하와 관련해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T1 면세점 임대료 인하율'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매출액 감소율을 적용하는 안을 추가 제안한다"면서 "30%의 임대료 인하율을 우선 적용하고, 일정 기간 동안 전년 대비 매출액 감소율로 임대료를 정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면세사업자는 공사의 추가 조정방식과 기존 여객분담률 감소비율 적용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서 "이달 말까지 협의를 마무리하여 계약변경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천공항공사 측이 제시한 새 안은 우선 대기업면세사업자에게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신 기한은 오는 30일까지다. 중소·중견면세점 4개사(SM·엔타스·시티플러스·삼익)에겐 인하율 기준이 조정된 또 다른 안을 조만간 전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그런데 일각에선 일부 사업자의 '옥외집회'에 대한 인천공항공사 측 태도에 대해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공사와 사업자의 관계를 고려하면 사실상 '집회를 하지 말라'는 강요라는 이유에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보도자료에 "협의과정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식적인 논의 외에 일부 사업자들이 외부(옥회)집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적인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부정적인 영향만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자제'와 함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적시했다.

실제 중소·중견면세점 4개사는 전날 오전 인천공항공사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인천공항공사가 업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임대료 27.9% 일괄 인하'를 통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T2로 이전하는 항공사의 여객분담률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반면 업계는 여객분담률이 아닌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를 살펴야 한다면서 '30%+α(알파)' 인하를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공사 측이 한 발 양보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집회 진행 여부에 대해 언급할 자격까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항공사와 면세사업자는 사실상 갑과 을의 관계다"며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인 셈인데, 업체가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대료 인하율 역시 협상이 아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을 보면 양측의 관계는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며 "갑의 위치가 집회에 대해 언급하니 '하지 말라'는 통보로 느껴진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옥외집회 및 시위 사전 신고제'에 대해 수차례 합헌 판단을 내리지 않았냐"고 토로했다.

헌재는 지난 2014년 2월 미신고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기소된 김종철 노동당 동작구위원장 등 14명이 "옥외집회 주최자에게 집회시작 48시간 전까지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신고하지 않은 채 집회를 주최한 사람을 처벌하도록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규정'은 위헌"이라며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무엇보다 헌법 제21조 1항엔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헌재는 1994년 이후 여러차례에 걸쳐 옥외집회·시위 사전신고제에 대해 합헌이라는 결정을 유지해왔다.

아울러 중소·중견면세점 4사 역시 시작 48시간 전 오는 4월 15일까지 지회를 갖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추가된 임대료 인하 방식에 대해 "면세점 사업은 5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전년보다는 그 다음 해가 매출액이 증가한다"며 "지난해 사드 보복 여파로 매출이 크게 감소해 올해는 분명 상승 요인이 많다. 하지만 새 안은 기저효과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조삼모사'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더불어 "종전과 마찬가지로 사업자와 충분한 협상을 거치지 않았다"며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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