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미국과 중국(G2)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 폭락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자금 유출이 급증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우리 증시는 순탄한 흐름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79.26포인트(3.18%) 떨어진 2,416.7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 하락 폭은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 채무위기로 94.28포인트 폭락했던 2011년 11월 10일 이후 6년 4개월여 만에 최대다. 삼성전자(-3.98%), SK하이닉스(-6.21%)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줄줄이 폭락했다. 

코스닥은 41.94포인트(4.81%) 빠진 829.68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2008년 8월 16일(77.85포인트 하락) 이후 10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 급락은 G2 간 무역 전쟁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중 500억 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그러자 중국 상무부도 곧바로 성명을 통해 30억 달러(3조2,400억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큰 두 개 축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일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에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분석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오준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가서 다른 품목으로 확대된다면 수출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우리나라는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높은데 수출이 줄면서 경제성장에 타격이 갈 테고, 고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현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평균 관세율이 현 4.8%에서 10%로 높아지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6% 포인트 하락하고, 고용이 15만8,000명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2 간의 무역전쟁 불씨가 커지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변수"라며 "이론상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돌입하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을 양산하고 교역량 축소 등으로 국내에도 결국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인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의 이중고를 경험하는 심각한 상황을 뜻한다. 

이에 비해 일부 전문가들은 G2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된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증시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보호무역 조치들은 중간선거를 겨냥한 국내용 이벤트이고 중국을 상대로 펼치는 압박일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며 "모두에게 부정적인 전면적 무역 전쟁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우려했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에서도 면제 국가가 속속 나오고 있고 정책 속내도 달러 약세를 요구하는 것이란 전망이 유효하다"며 "단기 투자심리 위축 요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강경 대응도 예상돼 단기 투자심리엔 부정적"이라면서도 "펀더멘털은 견조하므로 중·장기 상승 전망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박석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현실화 우려가 위험자산 추세적 가격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단정 짓기 이르다"며 "일부 수출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수요 감소로 나타나 글로벌 교역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관세 장벽을 높이는 무역 전쟁이 광범위해지면 글로벌 교역 위축은 타격을 받게 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위험에 노출된다"며 "주요 20개국 중 GDP 대비 수출비중이 높은 상위국은 태국, 대만, 독일, 한국, 멕시코로 확인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박 연구원은 "G2 무역전쟁 현실화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글로벌 위험자산 가격 전반에 걸쳐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혔다"며 "반면, 3월 들어 이루어지고 있는 글로벌 채권금리 안정세를 한층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검토할만한 시점"이라면서도 "중기적인 자산 전략에 추세적 변화를 줄 시점은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경제가 주도하는 글로벌 성장 호조 전망이 여전히 유효해 위험 노출을 축소시키 면서도 채권대비 위험자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가는 중기 자산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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