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셀트리온 개인주주가 아무리 비판해도 그다지 괘념치 않습니다. 주가가 ‘거품’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에 대해 외국인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국인 지분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과연 거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인천 송도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생산업체인 셀트리온과는 전혀 개념이 다른 회사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CMO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신약개발도 함께 병행하면서 시너지를 통해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달 6일 기준 외국인의 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은 꾸준히 늘어 10.4%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날 주가는 장중 53만4,000원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를 또 다시 경신했다. 일본계 투자은행(IB) 노무라가 5일 제시한 목표주가 57만원과 차이가 얼마 안 난다.

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유럽 의약품청(EMA)이 인도 바이콘의 생산시설이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생산 허가를 반려했다”면서 “위탁사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시장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위스 로슈, 미국 BMS 등 20여개 글로벌 제약사 고객과 CMO 생산 계약 시 ‘최소구매물량보전(MTOP)계약’을 조건으로 하고 있어 계약 변동에 대한 안정성이 높다”면서 “고객사는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CMO 업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계약을 따낼 때 유리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 투자자는 신약개발이 가장 어렵고 그 다음이 셀트리온 등이 내세우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생산. 마지막으로 CMO는 가장 쉬운 것으로 생각한다. 제조업의 주문자위탁생산(OEM) 업체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주문자에 비해 규모가 작다. 애플과 조립업체인 대만의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과의 관계를 연상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통념과는 다르게 신약개발이 가장 쉬우면서 업체가 수도 많고 영세한 편이다. 글로벌로 보면 4,000여개의 바이오기업이 신약 및 후보물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 생산 기업은 100~200여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들 회사는 이미 개발된 약과 똑같이 복제해내는 기술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라지스케일(Large-scale) CMO 기업은 전 세계에 5개에 불과하다. 사람 몸에 들어가는 바이오의약품을 대량 생산하는 곳이어서 어느 곳보다 엄격한 조건이 적용돼서다. 고객 제약사가 생산하고자 하는 개별 약의 판매 지역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EMA 등 각국의 제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을 통해 획득한 클린룸 기술, 삼성엔지니어링 석유화학공장의 플랜트 운용 경험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역량이 결합되면서 바이오산업에 최적화된 공장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제1공장(3만ℓ)과 제2공장(15만2000ℓ)의 18만2,000ℓ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18만ℓ규모의 제3공장이 가동되면 총 생산능력 역시 스위스 론자(29만ℓ)를 따돌리고 세계 1위인 36만2,000ℓ로 뛴다. 제3공장은 2020년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MTOP는 최소 물량 계약이라 추가 생산에 대해 대비도 해야하고, 약의 교체시 소요되는 시간 등 통상 공장을 100% 가동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제3공장과 같은 11만8,000㎡ 규모의 제4공장 부지도 보유하고 있어 추가 건설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으로 과거 계획됐던 제4공장 건설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 100여명을 확보하는 등 우수인재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여성 직원 비중이 전체의 40.5%에 달할 정도로 여성 친화적 기업이도 하다. 국내 대기업의 평균 여성 고용비율은 23% 수준에 그친다.

한때 50년 부지 무상임대를 두고 벌어졌던 특혜논란도 이미 오래 전 사그라졌다. 바이오로직스가 들어오면서 송도는 바이오특화단지로 탈바꿈했다. 인천 연수구·남동구 구도심과 바이오 기업을 연결하는 인천 송도4교는 이름을 ‘바이오산업교’로 바꿨다. 바이오로직스를 유치한 건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인천시장이었다. 현재는 자유한국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이나 인천 연수구 지역구 민경욱 국회의원의 자랑이 됐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 특성상 철저한 위생관리에 따라 공해물질도 없다. 공장이라고는 하지만 바이오리액터 홀(제3공장) 등 생산시설을 제외하면 겉보기에는 일반 빌딩과 큰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쾌적하다.

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애초 삼성전자 수원공장 쪽으로 입주하려고 제1공장은 글로벌 표준으로 설계했지만, 송영길 시장의 설득에 따라 송도로 지역을 변경했다”면서 “연간 면제받는 임대료가 20억원 수준인데 생산 유발과 지역개발, 고용효과 등을 감안해 특혜시비는 완전 종결됐다”고 강조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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