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최형호] “집을 팔 사람은 있는데, 그만큼 살 사람이 없다”

서울 부동산시장이 4월에 접어들면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는 이달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집을 처분하는 사람이 늘어난 반면, 이사철 아파트 분양시기와 맞물리면서 처분한 집을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부동산시장이 4월에 접어들면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사진=한스경제DB.

9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4.8로 집계돼 3개월 만에 기준점인 100을 밑돌았다.

지난 1월 1일 98.8을 기록한 뒤로 11주 연속으로 100을 상회했지만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사이에서 산출되며 1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고 밑돌면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중개업소 30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수치화한 것이다.

월별로 보면 지난 2002년 9월 이후 줄곧 100을 밑돌다 2006년 10~12월 반짝 100을 넘어섰지만 다시 또 떨어져 한때 1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2016년 7월 다시 100을 웃돌아 10월까지 지속했고, 작년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후 6월과 7월에도 120을 넘기기도 했다.

지난해 8.2대책 발표로 8월부터 12월까지는 다시 100을 하회했지만 올 들어 줄곧 100을 웃돌다 최근 다시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북 14개구 매수우위지수가 이달 2일 95.7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20일 이후로 처음으로 기준점을 하회한 것이다.

강남 11개구 매수우위지수의 경우 93.7로, 역시 1월 1일(82.1) 이후 가장 낮았다.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한참 낮은 45.5를 기록했다.

통상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다는 기대가 있으면 매수 수요가 늘면서 매도자가 힘을 얻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다는 것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였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거래량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17.9로 지난해 11월 6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부터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최고 60%의 양도세를 물리는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이 시행되면서 거래량 감소는 예견된 일이었다.

공급량 과다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전세시장도 점차 움츠러들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지역 전세수급지수는 2일 111.3으로 2009년 3월 23일(109.2)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0∼200 범위에서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도 102.0으로, 2009년 2월 23일(98.8)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신축 아파트가 잇달아 준공되면서 공급량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8만6,000호로 199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입주물량 역시 44만2,000호에 이를 전망이다.

강남지역은 이미 지난달 26일 조사에서 96을 기록해 100을 하회했고 강북지역은 이달 2일 조사에서 95.7로 집계되면서 100 밑으로 떨어졌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는 뜻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나 안전진단 강화,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 논의 본격화, 토지공개념 도입 등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이제 매수자들이 집을 골라서 살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형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