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일본과의 재회를 앞두고 복수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이미 한 차례의 아픔을 당했던 만큼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한국 대표팀은 프리미어12 개막전이었던 지난 8일 일본과의 예선라운드에서 0-5로 패하며 강력한 예방 주사를 맞았다. 대회 첫 경기이기도 했지만, 한·일전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개막전 패배는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대표팀은 더욱 똘똘 뭉쳤다.

주장 정근우(33·한화)는 일본에 진 뒤 "한 경기로 끝나는 단판제가 아니다. 진 건 진 것이고, 대만에서 조별라운드를 통과해 본선에 간다면 기회가 없는 게 아니다. 본선에 올라가서 일본과 반드시 붙어보자"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의 4강전 선발로 개막전에 나섰던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을 예고했다. 개막전에서 오타니에게 완전히 막혔던 한국 대표팀에 이번 준결승전은 '자존심'이 걸린 재대결이 됐다.

이대호(33·소프트뱅크) 역시 "경기를 하다 보면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지나간 건 잊고, 남은 경기를 최선을 다해 이기면 된다"고 분위기를 다잡았다. 하지만 같은 실패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만큼은 단단했다. 그는 "한 번은 당할 수 있지만, 두 번 당하는 건 웃긴 것이다. 남자가 두 번은 당하면 안 되지 않겠나"며 이를 악물었다.

투수진의 각오도 매섭다. 이현승(32·두산)은 "이미 마음은 일본에 가 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 같은 마음이다"며 선수단의 의지를 전했다. 두 번째 맞대결인 만큼 다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현승은 "일본전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나라를 대표해서 나왔고,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다. 책임감이 다르다. 준결승전만큼은 모두들 각오가 돼 있다. 이 악물고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하겠다"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더욱이 이번 대회의 공동 개최국인 일본은 4강 이후 일정을 조직위원회에 요청해 변경을 하는 등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미숙한 경기 운영과 부족한 지원에 고전해야 했던 한국 선수단으로서는 더욱 자극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현승은 "'꼼수'는 실력을 이길 수 없다"며 개최국의 횡포를 '승리'로 되갚아 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본에서도 한국과의 재대결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고쿠보 히로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17일 스포츠호치 등 여러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막전에서) 오타니에게 완벽하게 막혔기 때문에 상대도 연구를 하고 올 것이다. 오타니가 완벽하게 막는 게 최상이지만 실점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점수를 얼마나 따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대만)=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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